■ 11월 12일

일본 여행 3일째. 오늘은 교토 몇 군데를 더 구경하고 야간버스로 동경을 향하는 일정이다.

 
새벽녘에 비가 조금 내렸지만 우리가 나서기 전엔 말끔히 그쳐 있었다. 걱정했던 발의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형은 다소 늦게 기상을 해, 간밤에 연구실에서 야간버스 예매에 성공했노라고 말했다. 토스트 한 쪽과 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해치운 후 밖으로 나섰다. 대략 10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다.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는 교토시 사쿄구에 있는 시립도서관. 공교롭게도 위치가 형네 집 바로 근처였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았다. 시에서 운영하는 복지센터 건물의 일부(2층 메인)만을 도서관으로 쓰고 있었다. 출국 전 검색해본 결과에선 장서 수가 6만권 이상이라고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장서 5만의 월계정보도서관보다도 적어보였다. 형과 나는 '혹시 일본 책이 얇아서 많이 들어가는 거 아니냐'라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평일 오전임에도 책 읽는 주민들이 다수 있었다. <맛의 달인> 등 일반 만화 전문코너도 조그많게 마련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 도봉도서관마냥 전체적으로 책들이 오래된 모양새였다. 특히나 컴퓨터 관련 서적은 거의 업데이트가 안 되어있더라(;;). 잠시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까마귀들의 쓰레기 습격. 집 근처엔 쓰레기봉투 위에 그물을 쳐놨던데 안 쳐놓으면 이렇게 되는 거였구나. 한 번에 열댓마리씩 몰려왔다.   어제의 마트에 잠시 들러 형의 잠바를 한 벌 샀다(유니클로). 살인적인 공공요금에 비해 옷값은 전혀 비싸지 않았다.
 
2층짜리 자전거 보관대.    
 
 
남코 센터에서 발견한 리듬 건슈팅 <뮤직건건>. <아이돌마스터> 노래가 있어서 남코 건 줄 알았더니 타이토 제작이더라. 하드 모드는 정신없던데.   크레인과 메달, 체감 게임을 제외하면 어느 게임센터나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가 한 층을 점령하고 있었다.
 
아침을 패스했던 관계로 점심을 좀 일찍 먹고, 패밀리 마트로 가 야간버스 티켓의 입금을 했다. 라운드1에 들러 <샤이닝포스 크로스>를 잠시(아니 사실은 꽤 오래) 두들긴 후 다시 거리 탐방에 나섰다. 이번엔 사쵸거리를 지나 교토역 방향으로 걸어갈 예정.
 
동인물품 매장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건물 폭이 굉장히 좁았고 엘리베이터도 다섯 사람이 채 못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그래도 여러 층에 걸쳐 있을 건 다 있더라고. 일본엔 이렇게 좁고 높은 매장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역시 집값 때문일까?
 
 
 
문화유산의 도시답게 상점가 사이사이에도 옛 신사와 절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중 한 곳에는 옛날 문방구 앞 뽑기 마냥 점괘를 뽑아주는 기계가 있었는데, 여지껏 점괘 뽑기를 해본 적이 없는지라 200엔이란 거금을 투자해 한 번 해봤다. 금전운, 연애운, 합격운 등을 버튼으로 선택하라는데.. 음? 직업과 일 관련 카테고리가 없네? 그냥 '종합'버튼을 누르자 영물의 탈을 쓴 기계팔이 막~ 춤을 추더니 점괘 종이를 덥썩 문다. 그리고 투입구에다가 퇘.

결과는 대길[大吉]이었다. 문구는 '희망하는 바대로 이루어지고 빠르게 길해진다'. 우리는 "헐, 그럼 지금 당장 출판사에서 연락와야 되겠네?" 라며 웃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지금(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까지도 출판사에서 연락이 없으니 이 녀석이 사이비라는 것은 증명이 된 셈이다. QED.
 
애니메이트를 발견하고 들어감.   여타 만화 전문점들과 달리 캐릭터 상품이 굉장히 많았다.
 
 
역시 상점가 안에 있는 커다란 절. 관광객들이 오가는 가운데서도 실제 법회를 하고 있었다.
 
 
4시가 조금 넘어 라면집에서 점심겸 저녁을 먹었다. 도서관도 금방 보고 나왔고 대학과 거리 구경도 어제 할만큼 다 해놓은지라, 야간버스가 출발하는 자정 20분까지 남은 시간이 널럴했다. 이제 남은 갈 곳은 펍 체인점 <HUB>뿐인데... 망설이고 있을 이유도 없어서 그냥 <HUB>로 출발했다. 교토역까지 이어지는 긴 중심지 거리는 대형 쇼핑몰들의 향연. 사람도 북적북적하고 차도 막히고 완연한 대도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 참고로 교토시의 인구는 150만 정도란다.

중간에 <LOFT>라는 이름의 신축 백화점에서 아이쇼핑을 했다. 대형 문구 코너에는 최신형 디지털 필기구들을 비롯해 볼거리가 한가득이었다. 근데 만화 용품은 그닥 없더라.
 
 
<HUB> 사쵸카라스마점에 도착. <HUB>는 영국식 펍을 지향하는 일본 브랜드의 술집 체인이다. 영국식이라는 지향점에 걸맞게 지역의 클럽 축구팀들과 연계한 점포들이 많은 것이 특징으로, 언젠가 축구 카페 or 주점을 운영해보고픈 나로서는 한 번쯤 봐두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사쵸카라스마점은 교토퍼플 상가를 응원하는 매장. 벽마다 퍼플상가의 사진과 축구용품, 선수단 사인 등이 전시되어 있고 시즌 일정표와 다음 경기 중계안내도 입구에 표시되어 있었다. 14일 2시 우라와 레즈전. 물론 가게 안의 대형 TV로 쏴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면 여느 선술집과 다르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가게였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형의 판단으로) 가격도 적당하고 메뉴도 다양해서 일반 손님들도 많이 찾는 듯했다.
 
잉글랜드 대표 음식이라는 피쉬&칩스를 일본에서 처음 먹어보는군. 맛은 괜찮은데 양이 너무 적어서 감질나... 술도 그때그때 한 잔씩만 주문해서 마시는 폼이 우리네 주도(酒道)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맥주 2잔 정도를 마시고 나왔다. 대략 6시쯤인데 이젠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교토역이나 돌아보기로 하고 교토타워를 향해 계속 걸었다.
 
 
새로 생긴 요도바시 카메라 교토점. 빅 카메라와 함께 일본 카메라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가전유통업체란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자랜드급?
 
교토역 규모가 상당하더라. 우리나라로 치면 용산역급?
 
안내데스크에 물어 버스 타는 곳을 확인했다. 우리가 탈 야간버스는 버스 터미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시간되면 주차장 한쪽이나 길가에서 인원확인만 하고 바로 픽업해가는 방식이란다. 아니 이건 뭐;; 간첩이 접선하는 것도 아니고 뭐 이리 주먹구구 스타일이냐. 야간버스라는 게 원래 그런 건가 보다. 그래도 승차권 값이 편도 1인 6500엔 씩이나 한다. - 조금 좋은 버스는 8천엔. 신칸센 고속열차는 14000엔(;;).

정류장 위치까지 확인을 끝냈는데 아직 9시도 되지 않았다. 달리 할 일도 없어서 교토역 주변을 조금 돌아봤다. 뒷골목 즈음에서 동네 규모의 오락실을 처음 발견했는데 그래도 <보더 브레이커>나 <전국대전> 등 있을 건 다 있더라. <스파4> 대전인들도 시내 오락실보다 훨씬 높은 레벨이던 걸.
 
교토역 탐방도 1바퀴 돌고 그만뒀다. 양발이 너무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매일 10km 이상씩 걷고 있으니 다리가 피로한 건 그러려니 하지만 신발 조임으로 인한 통증은 여지껏 듣도보도 못한 것이었다. 결국 남은 시간을 역 2층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보냈다. 12시가 넘어서는 버스 타는 곳 근처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다 비몽사몽간에 버스를 탔다. 가방과 외투를 짐칸으로 올리고 양쪽의 신발을 벗으니 10배 중력을 해체한 듯 몸이 풀렸다. 그대로 자리에 기대어 잠에 빠졌다. 나중에 형한테 듣기론 휴계소도 3번이나 들렀다는데 난 한 번도 깨지 않았다.
 

■ 11월 13일

이날은 챔피언스리그 결전의 날이자 내 생일이었다. 그러나 발목 아래의 통증 덕분에 그 모든 것들을 잊고 있었다.

 
이곳은 어디냐 하면 요코하마다. 원래의 일정은 전부 동경에 있었지만 요코하마에도 형의 작은 볼일이 있어, 우선은 이곳에 버스를 내린 다음 전철로 다시 동경으로 가기로 했던 것.

야간버스에서 잠을 깨고 신발을 신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발에 아예 신발 속으로 안 들어가는 거다. 아니 이런 신발? 밤사이에 사이즈가 줄었나 이노무 신발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첫날부터 달아오르던 양발이 이제 완전히 부어버린 모양이었다. 이제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 당장 새 신발을 사자고 마음 먹었으나, 아침 6시반 밖에 안 된 시간이니 문을 연 매장이 있을 턱이 없었다. 편의점도 다 돌아봤지만 슬리퍼 한짝을 안 팔더라. 울며겨자먹기로 양발을 구겨넣은 채 일단 출발했다. 그나마 밤 사이 통증이 다소 가라앉아 다행이었지만, 오래는 못 갈 거 같은데.
 
 
전철로 츠루미역에 도착. 한동안 걸었지만 신발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100엔샵에 들어가도 신발은 없고 뭔 깔창만...

...음? 깔창? 깔창? 오호!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깔창을 빼면 신발의 끼임을 줄일 수가 있잖아! 그리하야 깔창 없는 신발을 신고 요코하마를 돌아다니게 됐다. 그런데 이러니 또 발바닥에 진동이 몰려오네-_-_-. 물집 때문에 왼발의 스텝이 꼬이면서 발목 쪽에도 슬슬 무리가 오는 느낌이었다. 어느 쪽이든 오래 버티기는 어렵겠지. 얼른 새 신을 신고 싶어..
 
시원하고 멋진 강.   오홍 이것은?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깃발이다.
 
 
<테오데2>에서 저런 스팟을 수색하면 아이템이 나오곤 했지.   아침으로 도로로 정식이란 걸 먹었다. 근데 이 도로로란 음식... 으엑;
 
문득 생각이 나 결승전 티켓 사진을 찰칵. 아침 먹은 레스토랑에서 한동안 쉬었더니 기운이 좀 났다. 이제 아키하바라역으로 가자.
 
열차 차창 밖으로 펼쳐진 넓다란 시민 야구장. 주말이라 사람이 많구나.   아침 9시 반쯤 아키하바라 역에 내렸다.
 
 
오오, 이곳이 바로 오타쿠의 성지 아키하바라구나! 이야- 정말 여길 얼마나 와보고 싶었는질 아는가- 라고 감상에 빠져들기에는 발이 너무 아프다! 아무리 전뇌도시 아키바라고 해도 신발 가게 하나 정도는 있겠지! 몇몇 옷 가게를 돌아봤는데 청바지와 캐릭터 T셔츠, 케이온 과자 등등 신발만 빼고는 다 있더라. 결국은 형의 스마트폰 GPS를 이용해 2블럭 정도 떨어진 곳의 ABC마트를 찾았다. 아, 거기까지 또 걸어야 되는구나..
 
 
오홍? 가는 길에 백천사(白泉社) 건물을 발견. 주말이라 문을 안 열었구나. - 열렸으면 뭐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아니고.
 
어따 황당하다! GPS따라 ABC마트 찾아왔더니 ABC마트 망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바로 옆에 신발 창고떨이하는 가게가 있네? 이건 뭐랄까,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뚫리는 상황이다. 주저없이 떨이품를 또 세일해서 파는(;;) 1200엔짜리 운동화를 사들고 나와 바꿔 신었다. 아.. 이제.. 사람 사는 것처럼 살겠구나... 발목에 누적된 피로 때문에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결 나았다. 이제 본격적인 아키바 탐방을 위해 출발!
 
타이토 스테이션부터 들어가볼까?   어라 이건 처음보는 격투게임인데? 이런 게임도 있었나?
 
오옷!? 이것은 케이브의 신작 <아카이 카타나>가 아닌가! 여기서 처음 봤다. - 사실 이전까지 돌아다닌 많은 게임센터들 중 태반이 슈팅게임 자체가 아예 없었다(-_-). 어쨌든 플레이해보니 딱 <프로기어의 폭풍>+<에스프가루다> 필이었다. 보스들은 각종 현대식 무기들을 소환하여 싸우는데 박진감이 장난이 아니더군. 4-5회로 컨티뉴로 우선 엔딩을 보았지만 실제론 조금만 연습하면 원코인 정도는 간단할 듯 싶었다. 흠흠. 엑박판은 언제 나오려나...
 
레트로 게임샵. SFC, PCE, GBA, SS, PS 등 몇 세대 전의 소프트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들이 몇 군데나 됐다. 알팩이나 알시디도 하나하나 포장해 상태 좋게 보관해 놨더라. <펜타비전> 알시디가 100엔이라 살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플2를 다시 기동할 것 같지 않아 패스..
 
 
골목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아키바 거리를 끝까지 갔다왔다. 뒷골목으로도 크고 작은 컴퓨터점이나 캐릭터 가게 등이 다수 있었으나 메인 스트릿 자체는 생각보다 그닥 길지 않았다. 그리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메이드 카페 알바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상을 초월하게 많았다. 요새 장사가 잘 안 되서 경쟁이 치열해진 건가 아니면 원래부터 이랬던 건가;; 어쨌든 난 주인님 소리 한 번 듣고 2배의 마진을 지불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패스.

소프맙과 트레이더에 들러 여러 중고 게임들의 가격을 체크했는데 역시나 앞서 교토에서 확인한 시세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결국 아키바까지 와서도 쇼핑 하나 안 하고 돌아가겠군...라고 생각했었는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 트레이더 지점에서 소프트 1개를 구매하게 됐다. 타이틀은 DS용 <서몬나이트 트윈에이지> 480엔. 이전 본 그 어떤 <트윈에이지>보다도 쌌다. 이보다 더 쌀 수는 없다고 생각해-_- 그냥 하나 샀지 뭐.
 
만다라케 컴플렉스 발견. 처음 지날 땐 못 찾았었다. 이렇게 높고 눈에 띄는 건물을 왜 못 찾았었냐 하겠지만... 이 건물 폭이 진짜 좁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더욱 좁다. 세상에 이렇게 좁아도 사고가 안 나나? 그러고보니 오늘 저녁에 성남하고 붙는 팀 이름이 조바한이다. 별 상관이 없나? 여튼 그 좁은 공간 안에 오타쿠의 보물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세상에 설마 이것도 있나, 싶은 물건들도 한가득.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또 만화 시장이 돌아가는구나...근데 여기 너무 좁아! 으악! 이 옆 사람 좀 어떻게 해봐!

형은 여기서 타카미치의 <하늘하늘>을 구입했다. 한국판에는 없는 특전 스케치가 들었더라.
 

이제 슬슬 오늘 밤 묶을 곳을 결정해야 했다. 인터넷 카페를 들어가 경기장 근처에 캡슐호텔이 있나 찾아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유인 즉슨 내가 여권을 안 가지고 와 신분증명이 안 되니 회원가입도 인터넷 이용도 불가능하다는 것. 우리 형님께선 "니 여권 안 가지고 왔냐!"며 소스라치게 놀라셨다. 아니, 비행기 탈 것도 아니니 굳이 여권은 필요가 없겠다 싶어 일부러 놓고 왔는데. 형도 같이 있으니깐 뭐 문제 없잖아? 으잉? 그게 아니었나? 어라? 그러고보니 외국인 여행자는 항상 여권을 들고다녀야 한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기분이 잠시 드는 것 같기도 하는 듯 한데 정말로 그런 듯....

.....

그랬었구나. 그런 거였구나.

여권 가지고 떠난 첫번째 여행임을 감안해도 이건 좀 심하다. 세상에 이런 일자무식이 있나. 너무나도 기초적인 상식이었기 때문에 부모님도 친구들도 형도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던 게야. 하지만 난 몰랐던 게지. 세상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있다네.

결국 카페에 들어가 잠시 쉬면서 스마트폰으로 캡슐호텔을 찾았다. 건전지가 들어가는 USB 충전기를 구입해 폰을 충전하면서. 결국 경기 후 신주쿠역으로 이동해 근처의 호텔을 찾기로 결정. 이후엔 아니메이트와 토리노아나, 아이돌 비디오점 등을 둘러보고 아키바를 뒤로 했다. 저녁 5시 쯤이었다.

 
아, 그렇지. 마지막으로 세가클럽 본점에 들렀었다. 멜티 대회중이더라.   자, 이제 경기장으로.
 
결승전 경기에 대한 얘기는 이쪽에 써놓았으니 여기선 언급하지 않겠다.   경기 후 신주쿠 역에 도착했을 땐 밤 10시쯤이었다.
 
신주쿠는 야경의 바다요 인파의 산이었다. 퇴근하는 사람, 놀러온 사람, 공연하는 사람, 축구 보고 와서 호텔찾는 사람 등으로 거리가 완전 북적였다.
 
캡슐호텔에서 여권을 제시하라면 어쩌냐? 계속 걱정이 되었다. 거리 사이사이를 한참 헤메이던 도중 형이 유레카를 외쳤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자신이 예전에 왔을 때 묵었던 비지니스 호텔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또 나를 아주 멀리 데려갔다.
 
산넘고 물건너 호텔에 도착했다. 원룸보다 작은 공간에 더블 베드가 들어있는 신기한 호텔방이 단돈 8500엔. 캡슐호텔에 가도 1인 4000엔 돈이라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늘어진 내 다리들은 이미 이곳을 아방궁으로 느끼고 있었거든. 짐을 놓고 다시 나와 편의점에서 요기거리를, 근처 서점에서 읽을거리를 샀다. 호텔방 침대에 누워 새우깡을 씹으며 TV를 보고 있자니 전신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성남 얘기나 아시안게임 축구 소식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스포츠 TV를 틀었는데 세계선수권에 나선 일본 여자배구팀과 일본 야구 얘기뿐이었다. 아니 일본시리즈 끝난지가 언젠데 그 리뷰를 아직까지도 하고 있냐. 역시 일본은 야구의 나라인가... 이날 오후 SK가 지바 롯데에게 0-3으로 졌다는 소식도 여기서 처음 알 수 있었다.

탄산수의 철제 뚜껑 끄트머리로 발바닥의 물집을 터뜨리고 약을 발랐다. 자정이 조금 넘어서 잠이 들었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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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