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무시하는 ㅅㅂㅅ

스브스의 외면 속에 생중계가 없어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3차전. 어찌됐든 저는 성남 VS 베이징 궈안전을 보기 위해 탄천으로 향했습니다. 전날 떨어진 갑작스런 폭설과 황사 예보 덕분에 다소 날씨 걱정을 했었습니다만, 다행히 경기 당일엔 날이 괜찮았어요.

 
 

■ 라인업

성남 라인업 : 정성룡, 장학영, 조병국, 사샤, 고재성, 전광진, 김철호, 몰리나, 김진용, 라돈치치, 박상희

-------------라돈치치-------------
김진용 --------몰리나--------박상희
-------전광진--------김철호-------
장학영---사샤------조병국---고재성
------------정성룡----------------

- 성남의 유틸리티 김성환 선수의 결장은 전부터 예고가 되어 있었습니다(챔스 경고누적). 그러나 파브리시오의 부상 결장은 아닌 밤중에 다운 공격. 대체자로 송호영 선수의 출장이 예상 되었으나 의외로 신인 박상희 선수가 데뷔 선발 출장을 했더군요.

베이징 라인업 : ..음.. 모르겠다. 조엘 그리피스라는 용병 공격수가 있었다네요. 골 넣은 로스라는 용병도 있었고.

 

■ 전반전

베이징은 성남과 마찬가지로 챔스예선에서 2연승을 달리던 팀이었고, 특히나 가와사키 원정에서 1-3의 대승을 거두고 온 경험도 있기에 처음부터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었습니다. 얇은 선수층의 성남으로선 초반부터 승부를 걸어야 했지요.

그러나 전반 16분, 베이징이 먼저 선제골을 터뜨립니다. 세트피스 경합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로스가 왼쪽 포스트 쪽으로 차넣어 0:1. 2010시즌 성남의 2번째 실점이자 첫 선제골 실점이었어요. - 사실 이 [첫번째 선제골 실점]이라는 게 너무나 불안했습니다. 성남이 그간 무실점 연승을 계속해 오고는 있었으나,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슬아슬한 위기 장면이 적지 않았거든요. 강한 기세로서 상대의 예봉을 누르고 가는 흐름이 많았기에 반대로 우리가 끌려가는 입장이 되었을 때, 무너지지 않고 대처를 할 수 있을 지가 걱정이었습니다.

 
헛, 골   시즌 6경기 만에 첫 선제골 실점
 

선취골을 넣은 베이징은 당연히 엉덩이를 뒤로 뺍니다. 역습 상황을 제외하면 거의 전 선수가 하프라인 아래에 위치하면서 성남의 패싱을 철저히 차단하죠. - 아니, 이것은 마치 작년 플옵이나 지난 전북전에서의 성남을 보는 듯!?;;;

베이징의 미들 압박은 상당히 괜찮았어요. 성남 선수들은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한 채 패스미스를 남발합니다. 볼 소유시간은 많았으나 제대로 된 슈팅은 거의 때리지 못했죠. 가와사키나 인천과 판박이로 성남도 코너킥의 효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라돈의 비비기가 영 통하지 않는 게 베이징의 중앙 수비도 나름 탄탄하더라고요.

답답한 흐름 속에 전반전을 0:1로 마칩니다.

 
 

■ 후반전

성남은 선수교체 없이 후반전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전반의 답답한 흐름을 오~래 동안 반복합니다. 베이징은 측면 공격수를 바꾸며 빠른 역습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성남은 2-3차례나 골을 먹을 뻔 했어요. 하지만 수비진의 몸을 날리는 플레이가 여러 번 빛을 발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고재성 선수의 폼이 돋보이더군요. 불안한 수비력으로 적잖은 비난을 받기도 했던 고재성 선수인데 이 경기에선 아주 좋은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도 좋았고, 1번 정도를 제외하면 사이드의 1:1 대결에서도 거의 밀리지 않았고요.

아무튼 시간은 흘러흘러 갑니다. 키퍼를 포함한 베이징 선수들은 누웠다 뻗었다 낮잠잤다 기상했다 하며 시간을 많이 끌었죠. 후반 20분, 신감독님은 마침내 송호영 카드를 꺼내어 들어(선발이 아니어서 부상인 줄 알았잖아; 실제로도 몸상태가 약간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네요.) 박상희 선수와 교체를 합니다. 1골이 아쉬운 작금의 상황, 송메시의 효과가 과연 나타날 것인가!

후반 33분, 동점골이 드디어, 마침내 터집니다. 고재성의 오버래핑 > 김진용의 패스 > 몰리나의 어시스트 > 송호영 오른발 슛으로 이어지는 천금같은 동점골! 아- 장장 60분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아는가!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약 10분! 아직 시간은 있다! 송호영 선수가 오른쪽을 휘젓고 풀백들의 과감한 오버래핑이 계속되면서 성남의 좌우 공격 모두가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어요. 기세가 오른 지금이야말로 역전의 찬스라고!

 
 
2번 정도 낮잠을 잔 중국 국대 키퍼   전반적으로 셋피스가 영 안 풀렸다
 
마침내 골!   역전골 가자!
 

후반 41분.
드디어 터졌다... 라돈의 역전 골이...ㅠ_ㅠ


송호영 선수가 우측 라인을 무너뜨리며 올려준 크로스를.. 라돈이 왼발로 밀어넣어 역전...
관중들이 뒤집어지고.. 탄천 뚜껑이 뒤집어지고.. 라돈을 욕하던 나도 뒤집어졌다..

진짜.. 너무 기뻤습니다.. - 호영이는 투입 20분만에 1골 1어시구나.

이제 남은 시간은 4분여! 성남은 김진용 선수 대신 조재철 선수를 투입하며 미들을 두텁게 합니다. 그리고 베이징의 막판 공세를 잘 막아냈죠. 추가시간 역습 상황 땐 몰리나에게 결정적인 1:1 찬스가 도래!! 이를 파울로 끊은 베이징 키퍼는 다이렉트 레드를 받습니다. 이미 3명의 교체카드를 다 써버린 베이징이었던지라 필드 플레이어 한 명이 키퍼 유니폼을 입었다가, 다시 다른 키퍼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가 하며 소동을 피웁니다. 그리고 몰리나의 마지막 프리킥! 벽 맞고 흐른 볼을 조재철 선수가 차넣어 1:3 완성. - 후반 51분.

경기는 그대로 끝났습니다. ....

 
드디어 역전.... 골이 터지는 순간 중앙에 그냥 쓰러지고 마는 김진용 선수.. 얼마나 힘든 시간을 뛰었던 것인가....
 
인저리 타임에 보너스 레드와 추가골까지 획득   승리!!
 
 
 

■ 마무리

가슴이 터질 듯한 흥분이었습니다. 마지막 10분 여를 남겨두고 기적 같은 대역전극.. 3년전 산동 격파전 이후 이렇게 속 시원한 경기는 참으로 오랫만이 아니었나 싶었네요. 두말할 필요 없이 대단한 경기였고.. 힘든 상황에서도 잘 싸워준 선수들 모두가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돌아가기>

- 2010년 3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