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의 시작

길었던 휴식기를 끝내고,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AFC 챔스 예선 첫 경기로 홈개막전을 치르게 된 2010시즌의 성남. 그러나 분위기 안 맞게시리 저는 감기 기운으로 골골대고 있었습니다. 아직 날도 추운데 이걸 가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이 좀 됐지만, 혹여나 내가 안 가면 정대세가 서운해할까봐(헐) 아픈 몸을 이끌고 출발. 나가면서 감기약을 사먹었더니 경기장 도착 때까지 정신이 몽롱하더군요.

 
이야 정말 간만이야   저것이 바로 뉴~ 탄천!
 

지붕공사를 끝내고 새로 개장한 탄천 종합운동장! 햇수로는 2년만에 다시 보는구나. 생각보다 깔끔해진 모습에 놀랐습니다. 지붕과 벽의 위력이 대단하더군요. 응원 소리도 쩌렁쩌렁 울리고. 전용구장이 아쉽지만 이것도 그런대로 ㅇㅇ.

 
 
멋지다! 솔까 비 안 오는 날 지붕이 뭔 소용이냐 싶기도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E석 응원도 한껏 흥이 살더라.
 

■ 라인업

성남 라인업 : 정성룡, 장학영, 조병국, 사샤, 김성환, 김철호, 전광진, 몰리나, 김진용, 파브리시오, 라돈치치

-------------라돈치치-------------
김진용 ------몰리나------파브리시오
-------전광진--------김철호-------
장학영---사샤------조병국---김성환
------------정성룡----------------

- 전지훈련 중 지난 시즌 쓰려다 말았던 4-1-4-1포메이션을 연마했다고 들었는데... 이날 경기는 원형대로의 4-2-3-1로 시작했습니다. 김정우, 이호 대신 전광진, 김철호 선수가 더블 보란치로 섰죠. 서브는 정의도, 김태윤, 신영철, 고재성, 송호영, 홍철 등이었습니다.

가와사키 라인업 : 가와시마, 코미야마, 이토, 테라다, 타니구치, 나카무라, 모리, 이나모토, 헤나티뉴, 정대세, 쿠로츠

- 쟁쟁한 위용의 가와사키입니다. 톱에 서있는 정대세는 물론이고 지난 설날 한일전에서 일본 대표의 중원을 맡았던 나카무라 켄고 - 이나모토 준이치의 강력한 미들진이 돋보이죠. 국대급 미들 2명이 쏙 빠진 성남과는 아주아주 대조적입니다;; 그나마 J리그 득점왕을 먹었던 정대세의 파트너 주니뉴가 빠진 게 다행이었어요.

 

■ 전반전

성남의 경기력은 전반 초반 반짝하였으나, 점차 비실대기 시작합니다. 김정우, 이호, 한동원이 동시에 빠진 미들진은 (예상대로) 창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 솔직하게 말하자면 경기의 2/3은 몸빵과 뻥축으로 일관했다는 기분이랄까요. 초장부터 나카켄을 쓰러뜨린 사샤와 교묘히 앨보를 휘두른 라돈, 강한 태클의 전광진 선수 등를 보면서 '역시나 올시즌도 거친 축구를 보겠군. 음.'했습니다.

어찌됐든 경기 주도권을 쥔 쪽은 가와사키였고 유효슈팅도 성남보다 훨씬 많이 날렸습니다. 김진용, 파브리시오, 몰리나의 컨디션도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았어요. 다만 공격에선 라돈치치가, 수비에선 사샤와 조병국 선수가 피지컬로 비벼준 것이 경기를 풀어준 결정적인 해법이었습니다. 그렇게 비벼대다 딱 한 번 스루패스 들어간 것이 골로 연결됐죠;;

전반 34분 라돈치치의 패스를 받은 몰리나의 왼발슛(아마도 첫 유효슈팅)이 골로 연결되면서 성남이 1-0으로 리드하기 시작합니다. 이.. 모따 같은 녀석...;; 하루 종일 조용하더니 골은 자기가 결국 넣는구나!

이후 기세가 오른 성남은 한동안 몰아쳤고요. 유효슈팅도 2개(!) 정도나 더 날렸습니다. 그러다 위기를 자초하고(-_-) 다시 잘 막아내면서 전반전 종료.

 
헤나티뉴와 얘기중인 몰리나. 브라질 리그에서 같이 뛴 적이 있다던가..   성남은 셋피스를 무지 많이 허용했다
 
볼을 걷어내려던 사샤의 헤딩이 나카무라 켄고의 턱을 강타했다. 이후 경기는 무사히 진행되었으나 진단 결과 켄고는 뼈골절이었다더라;; 좀 미안한걸;
 
몰리나의 골!   잘 막아내며 전반전 마무리
 

■ 후반전

이 경기 보면서 계속 떠오른 경기가 하나 있는데- 앞서도 말한 설날 한일전입니다. 경기 주도권을 일본이 가져가고 슈팅도 훨씬 많이 때렸지만 결국 역습의 한국이 3-1로 이겼던 바로 그 경기. 이날 성남-가와사키전은 여러모로 그 때의 판박이었어요.

후반 들어선 더더욱 가와사키의 페이스가 되어, 정성룡 선수가 막아낸 유효슈팅만 최소 10개를 넘었을 겁니다. 코너킥과 프리킥도 무수히 차댔죠. 하지만 윙어들까지 다 내려온 성남의 육탄 수비에 막혀 골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성남이 또 골을 넣었습니다-_-. 왼쪽 사이드에서 송호영 선수(교체로 나왔지만 임팩트 있는 활약!)의 힐패스와 몰리나의 크로스에 이은 라돈치치의 골 쐐기골!.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각이 없는 니어 포스트 쪽을 그냥 꿰뚫어버렸죠. 후끈 달아오르는 탄천 종합!

다급해진 가와사키는 이후에도 무수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결국 득점에는 실패하고 경기는 2-0로 끝이 납니다. 정보검색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정우 선수가 '뭐 이런 경기가 다 있음!?'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PX에 숨겨둔 맥콜을 벌컥벌컥 들이킬 듯한 아스트랄한 경기였랄까요... 어, 어쨌든 이겨서 좋네요;.

MOM은 당근 라돈치치를 꼽고 싶습니다. 정대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죠 - "라돈치치 한 명에게 졌다고 생각합니다."

 
 
파브리시오의 프리킥이 벽을 맞고 나왔다   라돈치치의 쐐기골! 피지컬로 완전히 압도했다구!
 
선수 2명을 동시에 바꾸는 과정에서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선수를 세어본 나는 "12명이잖아!" 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옆으로 슬쩍 나가는 헤나티뉴.
 
라돈의 리얼한 연기력과 함께   경기는 2-0으로 끝났다
 
 

■ 약간 진지한 마무리

J리그의 강호를 격파해 기분은 째지나, 짚을 것은 짚고 가야할 듯 합니다. 끝끝내 영입을 하지 않은 중원 사령관 1자리(= 굳이 말하자면 김정우 선수의 공백)가 정말 걱정입니다. 수비 압박이야 원래부터 투박했다손 치더라도 공격전개에 있어서까지 큰 구멍이 뚫린 모습이에요. 좌우로 벌려주는 긴 패스와 전방을 바라보는 중/단거리 패스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빈도 수도 확연히 줄었고요.

베스트11 스쿼드는 그런대로 쓸만하나 몰리나의 플메 자리, 수비 미들 1자리 등에 공백이 생길 경우 사실상 대체 자원이 없습니다. 무조건 신인급을 1군 경기 선발로 투입해야하죠. 리그를 치르면서도 신인들을 계속 키울 수밖에 없고 그 중 최소 둘셋의 포텐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는 한, 챔스나 리그 우승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희망이라면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영입인데... 그럴려면 일단 챔스 8강에 진입을 해야죠. 앞으로 챔스에서만큼은 정말 잘해줬으면 하는 성남입니다.


드디어 오늘부터 K리그 개막이군요.
어느 때보다 풍성한 K리그가 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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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