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9일 인천전

간만에 단관입니다. 지난 한 달여 사이 마감 때문에 대전전을, 집안 사정으로 서울전을 놓쳤었거든요. 사실 이날도 게이머즈 마감이 코앞이었으나, 미리 상당한 작업량을 축적해 두었기에(물론 이 단관을 위해!!) 경기장에 올 수 있었습니다.

그간 성남은 '대체 어떻게 이긴 거냐!!?'라는 팬들의 경악 속에 리그 3연승을 달렸습니다. 리그 순위는 단독 4위! 이제 5위 인천을 꺾으면 플옵 안정권에 들어감은 물론 빅3 안으로도 파고 들어갈 기세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때보다 승점 3점의 큰 기대를 걸고 모란장에 도착했죠.

 

■ 라인업

성남 : 정성룡 장학영 사샤 조병국 김성환 한동원 김정우 이호 김진용 조동건 라돈치치

------------조동건--------------
김진용------몰리나----파브리시오
-------김정우------이호---------
장학영---전광진---사샤----김성환
------------정성룡--------------

- 수술로 인해 빠진 조병국 선수를 제외하면, '구상대로' 완성된 성남의 베스트11 스쿼드입니다. 최근 정성룡 선수의 징계 결장이 있어 2nd 골리 전상욱 키퍼가 대신 몇 경기를 출장했었습니다만, 이번 경기엔 다시 정성룡 선수가 선발로 나왔네요. 원래는 2경기만 땜빵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전상욱 선수가 너무나도 많은 선방을 쏟아냈기 때문에;; 1경기를 추가로 더 출장했다죠. 아직 체력이 약하다던 파브리시오 선수도 드물게 선발 출장.


인천 : http://new.kleaguei.com/schedule/review/review.view.aspx?y=2009&s=1&g=162

- 코로만 결장이라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나름 적었던 관중   안 늦어서 다행 ㅎㅎ
 

■ 전반

전반전은 성남이 나름 잘했습니다. 김진용 - 몰리나 - 파브리시오가 효과적인 측면 공격과 함께 골 기회를 많이 만들어냈죠. 특히나 파브리시오는 상당히 멋진 돌파력을 보여줬습니다. 아쉬운 패스 미스가 몇 개 있긴 했지만 오른쪽에서 수비 1,2명을 제치며 치고 들어가는 동작들은 기가 막혔죠. 문득 느껴지는 최성국의 향수... 크.. 이 정도의 폼만 계속 유지된다면 남은 시즌은 물론 내년 시즌까지 윙어 걱정 하나는 덜텐데 말이죠(근데 후반 보니 유지가 안 되더라고-_-).

정우 선수의 공헌도는 여전했습니다. 볼란치 역할은 물론 공격가담 능력도 너무 적절하죠. 전반 23분 팀의 첫 골도 정우 선수가 터뜨렸습니다. 어시스트는 마우리시오 몰리나. K리그 첫번째 어시스트였습니다. - 경기를 보면 사실상 성남의 에이스필인 몰리난데;; 이제야 어시가 나왔다는 게 놀랍네요.

김정우, 몰리나 외 이 경기의 수훈 선수를 한 명 더 꼽자면 역시 장학영 선수입니다. 가공할 투지와 적절한 커트, 번개 같은 공격가담 등등.. 이제 부상 이전의 폼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에요. 아, 다음 시즌 장학영/김정우가 군입대하면 진짜 우리 팀은 어떻게 변할까;; 내년에 생길 공백을 벌써부터 걱정하게 만드는 선수들입니다.

 
 
사샤 선수, 팀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있는지 좀 걱정   전반전 성남의 반칙 숫자는.. 무려 16개-_-;;
 

■ 후반

우세한 경기 속에서 1:0으로 전반을 마쳤기 때문에 사루인을 비롯한 수천의 관객들은 후반 추가골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죠.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성남의 고질병이 또 도집니다. 안정된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이드를 강화한 인천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내줬습니다. 후반에만 세트피스를 한 20번 정도 허용한 기분인데;; 그 많은 찬스를 인천이 못 넣는 게 더 신기했죠.

성남은 홍진섭, 한동원, 라돈치치를 차례로 교체투입으나 딱히 뭔가 강화된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움직임이 활발했던 김진용 선수의 이른 교체는 훗날(?) 두고두고 회자가 되었고요. 파브리시오의 교체 아웃은 좀 더 일찍 했으면 어떨까 싶었다죠. - 체력 떨어져있다는 얘기가 완전 딱 들어 맞드만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닌자모드 발동이었거든요-_-.

 
쓸쓸히(?) 몸 푸는 라돈.   다음 경기가 추석날이네..
 
후반들어 갑자기 걸어다니는 파브리시오   갑자기 밀리기 시작하는 성남..


하지만 뭣보다 최고로 불만이었던 것은, 조동건 선수의 처참한 결정력이었습니다.

후반 초 몰리나에게 밀어주면 완전한 1:1이었던 찬스볼을 하늘로 날렸습니다. 하프라인부터 수비가 없었던 역습 상황에서도 슈팅 타이밍을 못 잡았습니다. 라돈이 왼쪽에서 완벽하게 올려준 크로스 2개도 날렸습니다.

아니 애당초 선수비 후역습을 할 거라면 역습의 파괴력이 최소 어느 정도는 되야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기실 동건 선수의 결정력 논란은 이번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서울전.. 부산전.. 모두 이기긴 했으나 역습에서 2-3골은 더 들어갔어야 하는 경기였어요. 그 수많은 헛역습의 중심에는 늘 조동건 선수가 있었죠. 그러나 신감독님의 믿음은 계속되었고 덕분에 이날 경기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하며 무수한 기회를 날린 것입니다.

상대에게 점유율을 완전히 내준 마당에 추가골 기회는 다 놓치고... 불안한 후반전 상황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남은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팽팽해진 긴장감의 풍선은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초조함으로 달구어진 사루인의 대뇌는 다음과 같이 외치고 있었습니다.


'ㅆㅂ.... 경기력이고 뭐고, 지금 그딴 게 어딨어!!'

'이기기만 하면 돼!!!'

 


마침내 후반 46분, 인천 유병수 동점골.
머리 속이 텅 비어버렸습니다.

 

라돈이 교체in 될 때 조동건과 바꿨었다면.....
아니면.. 차라리 대놓고 수비 보강이라도 했었더라면...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경기 후에도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인사하러 왔을 때 박수 치지 않은 건 아마 이날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주변에서 몇몇 아저씨들이 불평하는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습니다.

"18번, 쟤 이름 뭐야? 조동건? 오늘은 쟤 때문에 진 거야."



....아니 아저씨, 지진 않았는데요-_-;; 1:1로 비겼어요...
......

 
얼굴을 들지 못하는 조동건 선수   ...
 

■ 마무리

마감 중에 힘들게 다녀온 홈경기인데...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니고, 이런 기분으로 돌아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인천전을 놓치면서 이제 성남이 3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게 되었습니다. 되려 6강조차 아직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죠.


이 경기의 다음 경기- 9월 26일 전남원정에서 성남은 또 패했습니다. 조동건 선수는 풀타임을 뛰었으나 공격포인트는 커녕 슈팅 한 번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리그 11경기 동안 공격포인트가 완전 제로인 조동건 선수.. 서포터즈들과의 불협화음도 겨우 봉합한 마당에..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대로 그의 부활을 기대해야 할까요? 아니면 팀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신감독님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요? 조동건 선수의 부활을 위해 시즌 절반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진짜.. 동건 선수가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번외> ▶ 한준희 위원의 게임평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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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9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