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일 전북전

프로토 사이트 betman을 보면 '마감'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느 한 팀에 지나치게 많은 배팅이 몰릴 경우 더 이상 배팅을 못 하게 막는 것이죠. 그런데 K리그 17라운드가 끼어있던 회차의 모든 대상 경기 중, 가장 빨리 초스피드로 마감된 경기가 바로 [성남 VS 전북 - 성남 패배] 였습니다.

피스컵 원정 피로가 남아있는 성남과 올시즌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전북... 성남의 패배가 너무나도 명확히 예상되던, 바로 그 경기에 다녀왔습니다.

 

■ 라인업

성남 : 정성룡 장학영 사샤 조병국 김성환 한동원 김정우 이호 김진용 조동건 라돈치치

-----라돈치치-----조동건-------
김진용---김정우----이호---한동원
장학영---전광진--조병국---김성환
------------정성룡-------------

- 틀리게 보지 않았다면 전반 포메이션은 이랬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파브리시오/몰리나 선수가 선발 명단에 없어서 대실망하고 말았죠.
혹시 선수비후역습 전술을 하려고 짠 포메이션인가 싶었지만, 딱히 그래 보이지도 않았는데요.. 음.

전북 : 권순태 최철순 김상식 임유환 완호우량 진경선 하대성 에닝요 루이스 최태욱 이동국

- 어휴, 하필이면 우리랑 할 때 부상도 경고누적도 없는 전북. 전북셀로나의 F4- [에닝요 루이스 최태욱 이동국]이 모두 선발출장했습니다.
친정팀에 비수를 꼽으러 온 이동국 김상식 선수도 건재.

 
김상식 선수. ...마지막에는.. 성남으로 돌아오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중계방송 해설 맡으셔야지요.. T_T
 

■ 전반

경기전 심판진이 발표되던 순간 양팀 서포터석와 관중석에서 커다란 한숨이 새어나왔습니다. K리그 팬들이 가장 밉상으로 보는 공공의 적 = 고금복 심판(별명 : 고금삑!)이 경기 주심이었기 때문이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이 날 경기도 그닥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정말 카드를 너무 아끼더군요. '이거 카드감인데' 싶었는데 그냥 반칙만 불고 넘긴 장면이 5-8번 정도나 되었습니다.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이 경기 파울 수가 무려 53개(!!)였어요. K리그에 파울이 많은 이유, 심판의 몫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제때제때 카드를 꺼내 들었으면 경기가 그렇게까지 거칠어지진 않았을텐데 말이죠. - 근데 결과적으로 봐선 이게 성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_-;;

아무튼 전반전 내용은 전북에게 완전 발렸습니다. 엉성한 트래핑과 쉴새없는 패스미스. 어설픈 수비와 공격. 시차 적응이 안 된 채로 안달루시아에서 헉헉대면서 연출했던 그 모습을, 이제 돌아온 성남에서도 또 보게 되다니. 아이고.

전반 12분, 루이스에게 PK를 얻어맞고 0:1이 됩니다. 패스미스로 공간패스를 넣어준 후 김정우 선수의 결정적 파울이 있었죠. 선제골 이후엔 약 30분간 올시즌 특유의 힘빠진 축구가 이어졌구요. 이동국에게 골대샷까지 한 번 허용한 다음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사실 경기력으로만 보면 1골밖에 안 먹은 것도 다행이었어요.

 
 
모두의 기대대로~ 벌써 실점이양   계속되는 위기
 
 

■ 하프타임

화장실도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서 몸푸는 선수들을 계속 봤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있나? 없나? 있나? 없나?

이상타. 저 검은 선수는 분명 파브리시오인데, 몰리나는 어디로 갔을까? 설마! 후반교체와 함께 바로 투입할 요량으로 작전회의에 들어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제 성남은 우승이다(<- ?). ~기타 등등의 망상을 하다보니 15분이 지나갔습니다. 디카 건전지가 다 닳은 관계로 후반전 사진은 없고요;; 경기 종료 후 회복된 잔량으로 몇 장만 찍었습니다. 충전 꼽아놨을 때 램프에 불이 안 들어오길래 혹시나 했는데, 정말 아답터가 고장났나보네..

 
 

■ 후반

후반 시작과 선수 교체가 있었습니다. 오!! 몰리나냐!? 몰리나?....... 아- 전광진 선수예요. 사샤가 나가고 전광진 선수가 중앙 수비수 자리에 그대로 투입되었습니다. 사샤 선수 딱히 부상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이제 사샤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나;;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불평하며 걱정스럽게 후반을 지켜보기 시작하자마자! 전반 1분 라돈치치가 환상적인 동점골을 터뜨립니다. 아악-! 하프타임에 라면 먹고 물 빼러갔던 관중들이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PA 앞에서 3명의 수비를 돌파해내며 라돈의 순수 개인능력으로 만들어 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벼락같은 골이었습니다. 라돈은 골 세리머니로 E석 쪽에 달려있는 현수막 하나를 붙잡았는데요. 알고보니 이 날이 라돈치치의 생일이었더라구요.

라돈은 이후에도 위협적인 슈팅을 2-3차례 연속으로 쏘아대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후반전은 이제 성남이 치고 전북도 치는 완전 난타전에 돌입! 하프타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선수도 포메이션도, 그다지 변한 게 없는데 경기력이 이렇게 확 바뀌다니?? 그 중심에는 분명 라돈치치의 폭발력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하프타임 라커룸에선 이런 대화가 오고 갔었는지도 모릅니다.

신감독 : 야! 라돈!
라돈 : 허리 아파 허리.
신감독 : 후반에 골 못 넣으면 넌 방출이야!
라돈 : ... ....허리가....


.....

난타전이 된 후반 경기 중 성남도 위험한 장면을 많이 맞았지만, 선수들의 몸을 날린 수비와 정성룡 선수의 선방으로 버텨냈습니다. 개인적으론 올시즌 들어 정성룡 선수의 선방이 꽤 뜸해진 게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이날 경기에선 완연히 훌륭해진 폼이었습니다. 역시 부폰에게서 받은 기(氣)가 있었던 것인가.. 고마워요 세비야(<-?).

그러다 터진 김정우 선수의 역전골~ (후반 19분. 장학영 AS). 그리고 김정우 선수가 또 추가골~! (후반 37분 한동원 AS) 아.... 이건 진짜ㅠ_ㅠ.. 국대팬과 성남팬들에게 더블로 욕을 먹는 정우 선수지만, 전 정우 선수의 공헌도에 언제나 감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경남전, 전북전 등 리그 뿐만 아니라 FA컵, 컵대회.. 정말 어려울 때 얼마나 큰일을 많이 해줬습니까. 국대 크리로 체력 문제가 대두되기도 하나 그래도 언제나 출장시간 내에서는 열심히 뛰어주는 모습의 김정우 선수입니다. 이제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원래 나 김정우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아시안컵 때 김두현을 밀어낸 기억 땜시-_-). 2009년 성남의 주장 김정우 선수,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리그 데뷔전을 치른 파브리시오 선수 얘기. 파브리시오는 후반 중반 이후 김진용 선수와 교체되어 투입되었는데(아, 내 기대와는 다른 선수를 뺐다;) 길지 않은 출전 시간에도 날카로운 왼발을 여러 차례 선보였습니다. 위협적인 유효슈팅만도 2-3차례를 때렸죠. 커리어면에선 몰리나에게 다소 밀릴지 모르겠지만 역시 모따의 추천을 받고 온 용병, A급의 광채가 확연히 보이는 듯 합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군요.. 언젠가 모따가 돌아와서 같이 뛰면 어떨까.. 꿈이려나.. 흑..ㅠ_ㅠ. (어잉 근데 모따랑 포지션인 겹쳐 ㅋㅋ)

 
 

■ 마무리

사실 이날 오후. 저에게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짜증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경기 단관을 위해 미리 시간을 비워 놓았음에도 '아씨 어차피 전북한테 지면 짜증만 2배로 늘어날텐데...' 라고 생각하며 갈까말까 갈등을 했었죠.

하지만 경기를 보고 나니.... 장마철 하수구처럼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렸습니다.

성남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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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