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천으로 컴백


헐!? 관중이 꽤 많잖아? 적절한 곳에 초대권이 배부된 때문인지, 아니면 최근 A팀의 괜찮은 모습 때문인지,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들어찬 주말 탄천이었습니다. 허나 관중이 많아진 것에 비해 경기장의 분위기는 그닥 뜨겁지 않았다죠;. 중간고사가 막 끝난 직후의 마을 회관 도서관마냥 찬찬한 정적이
경기내내 흘렀습니다. 일반석을 수호하던 천마불사 아저씨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라인업

성남 : 정성룡 장학영 김영철 박진섭 김상식 김철호 손대호 한동원 아르체 모따 이동국
- 조병국, 조동건 선수의 복귀는 기약없는 메아리가 된지 오래. 김정우 선수는 부상이 아니었음에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주중 UAE전 때문에 배려를 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덕분에 경기는 더 어려웠다고요.

부산 : 최현, 주승진, 홍성요, 파비오, 김창수, 안성민, 서동원, 김승현, 도화성, 박희도, 최광희
- 신예 이범영 키퍼가 왜 결장인가 했더니 19세 이하 대표팀 소집때문에 그랬다고 하더군요. 정성훈, 안정환, 이승현 선수는 서브.


■ 전반전

주포 정성훈과 구아라가 빠진 부산, 당연스레 전반부터 극렬한 수비 전술로 나옵니다. 성남이 공격 좀 할작시면 부산 선수 11명 전원이 중앙선 아래로 내려가 수비를 했죠.

성남은 이전 경기들과 다른 공격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아르체/한동원/김철호 선수의 적극적인 쇄도가 몇 번의 좋은 장면을 연출해냈죠. 올시즌 고질병으로 지적되었던 중거리슛 부재도 인식한 듯 김철호, 손대호 등 여러 선수들이 과감한 슈팅을 날렸습니다. 그러나 전반전 성남의 유효슈팅은 0이었던 걸로 기억되고요(...). 결국 공격이 잘 안 됐다는 얘기군요-_-a. 모따와 이동국 선수의 호흡이 좀 더 맞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힘없이 0:0으로 끌려가던 전반 말미쯤, 일반석에서 한 성남팬이 답답하다는 듯 외쳤습니다.

"이동국 퇴장시켜!!"

...
...아니, 그래도 퇴장은 좀...

 
 
역시나 다소 답답했던 전반전   심기가 불편한 모따신


■ 하프타임


전광판을 통해 포항, 수원이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십라.

 
전반 종료 후 항의하는 모따;;   요새 최성국 선수를 왜 많이 활용 안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알췌 땜인가?


■ 후반전


헐? 말이 씨가 된다더니? 정말로 퇴장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것은 상대 지역에서 불필요한 파울을 한 모따의 차지였습니다. 전반 중반 첫번째 옐로 카드가 나왔을 때 '이것으로 모따가 서울전 경고누적 결장인가? 아닌가?' 긴가민가 했었는데, 이 퇴장으로 그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세상에 저리도 쓸 데 없는 파울을 하다니! 마침 두두가 투입되어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던 시기였었기에 더더욱 아쉬운 퇴장이었습니다.

빨간 딱지를 받은 모따는 방승환 선수가 1년 징계를 먹었던 그 유명한 동작 - 웃통벗기를 실시했고, 성남 선수들은 깜짝 놀라서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모따는 크게 다시 어필하거나 하지 않고, 일반석으로 돌아나오며 벗은 유니폼을 관중들에게 던져 주었어요.

 
 
문제가 됐던 바로 이 장면. 모따가 잘못하긴 했죠.   또 얼른 나서는 두두
 


이후 관중석에선 큰 실랑이가 일어났습니다. 수십명이나 되는 초중딩들이 몰려들어 서로 그 유니폼을 갖겠다고 소동을 벌였던 겁니다. 안 그래도 경기도 안 풀려 죽겠구만!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습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로(앗, 풀어해칠 머리가 없당) 일반석 깃대 꼭대기에 올라 "니들이 언제부터 모따 좋아했어!? 이 샹놈들아아악!"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부산의 공세가 거세어지고 있는 터라 움직일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저 추한 모습을 부모들은 왜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건가? 자기 아이들이 타인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기보단, 남을 짓누르며 경쟁에서 승리하기만을 바라고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우선 성남이 부산 아이파크를 이겨야 할 것 아닌가? 정리되지 않은 온갖 상념들로 머리가 뒤죽박죽이었습니다.

 
난리 버거지였다.. 안전요원들 왜 저런 걸 놔두냐구...   열받은 한 초딩이 밑으로 휙 던져버렸는데, 그걸 또 올려주시는 센스-_-


마지막 교체카드로 정우 선수가 들어오자 경기력이 다소 안정되었습니다. 성남은 공격 숫자를 줄이지 않으며 반격에 나섰고 몇 번의 찬스를 잡으면서 게임을 백중세로 몰아갔습니다. 그러나 후반 80분까지 스코어는 0:0.... 제 뒤에서 갓 성남 경기를 보러온 듯한 한 관중이 소리쳤습니다.

"아무나 한 골 넣어라!!"


헐? 말이 씨가 된다더니? 후반 36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골이 터졌습니다. 10명이 싸운 가운데 터진 선제 결승골이자 이 날 경기에서 터진 유일한 한 골. 그 골의 주인공은 바로바로바로바로- 이동국 선수였습니다. 장학영 선수의 패스를 받은 철호 선수가 PA 앞에서 슛한 볼이 파비오를 맞고 중앙으로 흘렀고, 그것을 쇄도하던 이동국 선수가 지체없는 발리로 밀어넣은 것입니다. 열광하는 관중들 사이로 사루인은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도 다 있군...'


인저리타임이 다가오자 학범슨 감독님은 박재용 선수를 투입하며 잠그기에 들어갔고, 끝끝내 1골의 리드를 지켜냈습니다. 최종스코어 1:0. 성남이 부산을 꺾고 선두 자리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어쨌든 승리다..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인사하러 와서 공을 차주는 두두. 근데 그건 차주는 공이 아니잖나?
 
교체 아웃됐던 이동국 선수도 꾸르바로   탄천에 울려퍼지는 이동국 콜... 찌잉~...


■ 마무리

성남팬에서 프로토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을 죽다살린(또는 다소 뻘쭘하게 만든)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뭐 승리 그 자체로 만족스럽네요. 어떻게 이기든 못 이기는 것보다 나은 게 아니겠습니까. 홈에서만 3패 당한팀은 안 되어서 다행이에요.
모따는 다음 주에 있는 서울전에 또 못 나오게 됐는데요(작년에도 상암전에 못 나왔었거든요;). 하지만 뭐 요즘과 같은 폼이라면 선발에서 빠져있는 편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죠. 서울전 자체에서 퇴장당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_- 아무튼 이번 주말 서울전.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가자! 상암으로!

 

여담- 이날 두두는 후반 투입된 직후 코너킥을 처리한 다음, 그 상황이 끝나자마자 전 성남 선수인 서동원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대체 어디까지 예의가 바르려는 건가, 두두!

여담2 - 아앗, 서울전에서 100% 승리할 수 있는 비법이 떠올랐다! 예의 바른 두두로 하여금 경기 도중 서울 선수 전원에게 3번씩 인사를 시키는 거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 선수들은 두두가 또 인사하러 올까 안 올까 불안해하게 될 터! 그것을 노려 성남의 프리킥 찬스시 두두가 서울 수비들을 움찔하게 만들고, 식사마 > 정우 > 성국 > 동국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팀골이 작렬! 그리고 하늘을 가르는 W석 모따의 원츄 엄지손가락!
학범슨 : "계획대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이뭐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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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