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천으로 컴백


여기는 다시 탄천입니다. 잔디 문제와 공사 연기등의 이유로 홈경기장이 또 바뀌었거든요. 1년 내내 모란장을 홍보해놓고 2달도 안 돼 일정을 번복한 이 어이없는 행정력에 실소가 절로 나옵니다. 뭐 탄천이란 구장 자체에는 별 불만이 없지만요. 모란의 관리상태가 워낙 헬이었으니깐...-_-

최근 4연패, 최근 홈 5경기 무득점. 자리만 1등이지 형편없이 폼이 떨어져 있는 위기의 성남이 경남을 만났습니다. 구단과 선수, 팬들과 사루인까지, 모두의 인내심이 극한까지 당겨져 있는 상황. 과연 이번 홈경기가 분위기 반전의 시발점이 될 것인가?

 
 

■ 라인업

성남 : 정성룡 장학영 김영철 김상식 박진섭 김철호 손대호 한동원 모따 아르체 이동국
- 조병국 선수가 빠진 중앙 수비 위치로 김상식 선수가 나왔습니다. 돌아온 모따는 아르체와 함께 좌우 윙포로 섰고 두두는 벤치에서 스타트. 최근의 연패를 보며 '두두와 김상식 선수의 스쿼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치 제 생각을 읽은 것처럼 학범슨 감독님이 변화를 주셨네요-_-a.


경남 : 성경일 산토스 김종훈 정우승 서상민 정상훈 박종우 박진이 김진용 인디오 김동찬
- 공격진의 위용은 유지하고 있지만 박재홍 등 수비진의 전력 누수가 눈에 띄는 경남.



■ 전반전


이전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어째 가장 그럴듯한 공격은 초반에 다 나오더군요. 이동국 선수의 아쉬운 슈팅과 김철호 선수의 골대 강타 등, 시작부터 거센 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날 경기에선 미들진의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가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한동원 선수 뿐만 아니라 김철호 모따 아르체 두두까지, 다양하게 중앙으로 위치하면서 답답함을 덜었죠. 모따의 창의력과 손대호 선수의 수비력 등 모두 합격점을 줄만 했습니다. 다만 마무리 부분에서 이동국, 아르체 선수가 범한 몇 번의 미스는 아쉬웠죠.. 흠. - 어째 써놓고 보니 다 이전 몇몇 경기들(제주전 울산전)에서 보아온 모습이 아닌가 싶군요 -_-;

경남의 찬스도 한 2-3번 정도 있었어요. 그러나 맥주집의 뻥튀기 마냥 반드시 등장해주는 정성룡 선수의 선방 덕에 실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은 0:0으로 마쳤죠.

여기까지 읽는 동안 "왜 사진이 없냐?"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지난 번에 고장났던 디카는 2번째 수리를 마치고 무사히 제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저 위에 사진 2장을 찍고난 직후, 화이트 밸런스가 뭉개져 회복이 되지 않는 3번째 고장을 당하고만 것입니다. 그래서 이 경기도 더 이상 사진이 없습니다. ....내가 미쳐..



■ 하프타임

아무런 부대행사 없이 이전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느긋하게 쉬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올림픽 이전에 있었던 전북전 away 영상을 틀어주더군요.



■ 후반전


전반전 멤버가 그대로 나온 후반전. 전반 말미와 비슷한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한 15분 정도 반코트 게임을 하고 난 다음 경남에게 코너킥 한 개를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경남의 김동찬 선수에게 선제골 허용.

.......... ..........뭥미?
사루인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습니다. 굵은 입술이 굳게 다물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심한 압박감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지난 전북전, 울산전, 포항전 패배의 기억이 슬라이드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줄기차게 몰아붙다가 선제골 허용.. 그리고 1:0 패배... '... 설마 오늘도?'
두두, 최성국, 김정우 선수가 잇달아 투입됐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장악하고 공격은 퍼붓지만 골은 터지지 않는, 여지껏 수없이 보았던 장면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후반 29분. 마침내, 마침내 첫 골이 터졌습니다! PA 앞에서 두두가 차올린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김정우 선수가 재빨리 차넣으면서 동점골로 연결시킨 것입니다! 아-.. 이 얼마나 기적과 같은 골이란 말인가ㅠ_ㅠ

새삼 말하자면 정우 선수는 역시 보배예요, 보배. 리그 초에 흘러나왔던 낭비적 영입이란 비아냥은 이제 전혀 찾아볼 수가 없어요. 웨스트브롬으로 떠난 김두현 선수와 직접 비교는 안 되겠습니다만, 올 시즌 정우 선수로 인해 낚아낸 골과 지켜낸 승점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도 이렇게 어려운 시점들에서 말이죠. 휴우.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골이 얼마 전 일본에서 열렸던 [K리그 올스타 VS J리그 올스타] 경기에서 최성국 선수가 터뜨린 선제골과 거의 비슷한 모양새였단 겁니다. 그 때도 PA 오른쪽 근처에서 두두가 올린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자, 문전 앞에 있던 최성국 선수가 멋지게 다시 차넣었었죠. "완전 성남 선수들끼리 다 하는구나!"하고 흐뭇해 했었는데 그 장면이 다시 리플레이 되면서 성남을 구해낸 겁니다. 프리킥을 얻어낸 선수는 그 때도 최성국 선수였고 이 때도 최성국 선수였습니다. ;;ㅎㅅㅎ;;.

그로부터 5분 후, 벤츠 성국이 다시 한 건 해냅니다. 모따 > 두두 > 최성국으로 이어지는 찬스 상황에서 PK 유도 성공! 수많은 관중들이 기립해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이동국 선수가 침착하게 차넣어 2:1 역전이 되었습니다. 열광의 도가니로 변한 탄천!

역전을 허용한 경남은 빠르게 선수들을 교체하며 반격에 나섰고, 성남은 두두/이동국/모따 3톱을 전방에 둔 채 선수비 후역습으로 돌아섰습니다. 사실 전 최근의 부진 타파를 위해 전방위 잠그기를 주창하기도 했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론 포워드를 남겨둔 이 전술이 성공했습니다. 후반 48분 이동국 > 모따 > 두두로 이어지는 쐐기골이 작렬했거든요.

세상에 3골이라니!! 이 얼마만에 보는 다득점인가! 최근 9경기 동안 6득점밖에 하지 못하며 참담한 공격력을 보여줬던 성남이, 3골 4골씩 몰아넣던 전반기의 그 분위기를 다시 찾은 듯 했습니다. 또한 2달간 침묵했던 두두의 부활포! 정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ㅠ_ㅠ



■ 마무리

간만에 맞이한 시원한 승리였습니다. 자칫 크게 침체될 수 있었던 리그에서의 분위기를 한 번에 뒤집어 놓은, 보약과도 같은 경기였어요. 휴우. 이제 휴식기를 잘 보내고 서울전까지 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시즌도 얼마 안 남았군요. FA컵을 제외하면 앞으로 갈 수 있는 남은 홈경기는 3-4번 정도.

올해는 마지막에 가서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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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