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어 55단어 소설 / 스티브 모스

'영단어 55개로 소설 만들기 콘테스트'라니, 참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단편 이야기를 떠올리는데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빌려보았는데, 단어 55개라 함은 '단편'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나도 짧은 분량이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첫번째 에피소드. 사랑, 불륜, 음모, 범죄, 반전이 한 문단 안에 쏙 들어있는 걸작이다! 솔직히 나머지 에피소드는 잘 기억이...;;;



2.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2 / 잭 캔필드

헐! 빌리고 나서야 알았는데, 이 책 낸 사람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낸 사람하고 같은 사람이었더군. 실린 이야기들도 <닭고기>와 비슷하다.



3. 카나리아 살인사건 / 반 다인

<벤슨 살인사건> 이후 오랫만에 접하는 반 다인의 작품. 초반부터 굉장한 난이도의 범죄라는 것을 팍팍 부각시키며,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복선도 좋고 전개도 좋고 아주 흠뻑 빠져서 읽었다. 인물들 사이의 기묘한 알력과 복잡한 상황전환이 압권! 그러나 마지막 결말 부분에 있어서는 실망했다. 결국 이런 트릭이었다니! 크리스티 여사의 <XXXXX XXX건>과 적잖이 겹쳐보인다. 그 작품에서는 기발한 트릭이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비슷한 상황을 다시 보니 아무래도 감흥이 떨어진다... 이런 대책 없는 문화 소비자 같으니라고.



4. 13호 독방의 문제 / 잭 푸트렐

기묘한 사건에만 흥미를 나타내는 천재 - 사고두뇌 반 도젠 교수의 활약! 작년 쯤인가 일본 드라마 중 <갈릴레오>라는 대학교수 나오는 추리물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 책이 그 원형이 아니었나 싶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첫번째 에피소드 <13호 독방의 문제>보다 다른 이야기들의 몰입도가 훨씬 크다;; 명작 추리 단편집. 여러모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5. 엉클 에브너의 지혜 /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

난 이게 단편집인지 모르고 빌렸다. 그냥 미국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물이란 문구에 솔깃했다. <초원의 집> 시리즈의 향수에 다소 젖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근데 우와! 멋지다! 독자와의 승부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드라마틱한 전개가 일품! 강하고, 선하고, 우직하며 위트가 넘치는 정의로운 탐정- 엉클 에브너의 카리스마도 철철 넘친다. 추리물로서의 기교는 많이 떨어지나 이야기의 재미 자체는 최고다!! 이야아아아아- 봉 잡았다아-!!



6. 당신을 닮은 사람 / 로알드 달

로알드 달은 ‘에드가 앨런 포’ 상을 두 차례,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세 차례 수상하였으며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 라고 네이버 검색에 나오는군. 이렇게 대단하신 분이었어? 역시 명불허전! 15개의 단편 모두가 흥미진진하다. 실제 범죄를 에피소드는 <맛있는 흉기> 외 몇 개 안 되고, 되려 다 읽고나면 뒷골이 서늘해지는 컬트적인 미스터리 이야기들이 많다. 이 미묘한 반전과 블랙 코미디- 마치 O.헨리적인
이야기들이랄까. 아무튼 마음에 쏙 든 단편집이다. 앞으로 도알드 달의 작품을 찾아 읽을 계기가 생긴 것 같군. 가장 재미있게 읽은 에피소드는 <위대한 자동 문장 제조기>다. 이런 상상, 창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피부> .... ...너무너무 무섭다.



7. 마약 수사관 빅토르 / 모리스 르블랑

오랫만에 읽는 뤼팽 시리즈. 도르레니 제롬이니, 예전부터 많이 듣던 이름들이었던지라 읽는 도중 되려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다. 사실 다른 시리즈를 통해 빅토르 형사에 대해 알고 있었던 독자들에겐 참... 멜랑꼴리한(?) 느낌의 소설일 법하다. 예전에 읽었던 뤼팽들하고 시대 배경이 어떤 순서인지 알쏭달쏭하다. 책 뒤에 해설이 안 붙어 있는 게 다소 아쉬웠을 정도. 어려서부터 자주 봐왔던 뤼팽 시리즈였던지라 웬만한 작품은 거진 다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갑다. 필 받은 김에 시리즈별로 더 읽을까... 아니, 그보다 브라운 신부가 먼저..;;



8.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 루츠 판 다이크

갑자기 역사책. 생각보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었다. 사실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0~15세기까지의 다양한 아프리카 역사들을 기대하고 빌린 것이었는데, 내용의 90% 이상이 제국주의 침략이 시작된 대항해시대 이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노예제도가 사라진 것은 인권 때문이 아니라 대량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산업혁명 때문이었으며, 아프리카는 2차대전 후에도 열강들의 실효적 지배가 이어져 대부분의 나라들이 비참한 정치사를 맞이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 등등... 공론이 터부시 되는 잔혹한 근대사들이 내 역사관을 산뜻하게 리프레쉬 시켜주었다. 그 중 상당수가 우리네 근현대사와 겹쳐져 보이는 것은 결코 기분탓이 아니다....



9. 모모 / 미하엘 엔데

이 대작을 이제야 읽다니!! 예비군 갈 때 집에 있던 책 아무거나 하나 집어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모모>였다. 결국 예비군 첫째날 저녁에 다 읽어버리고 나머지 이틀을 심심하게 보냈다는 구슬픈 전설이.... 어쨌든 흥미로운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글쎄, 십수년 동안 쌓아놨던 기대치가 너무 커서였을까? 솔직히 만족감은 좀 떨어졌다. <짐 크노프>에 열광했던 그 시절에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10. 폭풍우섬 오누이 / 트레드 골드

예비군 갈 때 집어들었던 책 2탄. 근데 가방이 꽉 차서 버려두고 갔다가-_- 나중에야 읽었다. 구성이나 진행이나 다 괜찮았는데 왠지 붕 뜬 느낌. 앞뒤 안 보고 대본만 보면서 흘러가듯 콘티를 짰을 때의 느낌이다. 그 뭐랄까... 라면에 계란 풀고 너무 세차게 휘저은 느낌이랄까? (뭔 느낌이래) 재밌게 읽긴 했지만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아니, 애당초 어른의 시선으로 평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11. 꿈꾸는 섬진강 / 김용택

만화 자료수집이라는 다소 불손한 의도로 빌린 책이다. 책 분량의 절반 정도는 사진집으로, 10여년 전 섬진강 유역의 순박한 시골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5km 10km를 걸어도 전신주 하나 없는 산촌이라니,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있었구나 <- 이 얼마나 문명 사회에 찌든 서울 촌놈의 편견이란 말인가-_-. 이 책 덕분에 좋은 정보도 얻고, 낭만에도 잠시 빠져 보았다. ..나도 언젠가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 최소한 서울은 탈출하고 싶다. 언제쯤? KTX 연간할인권을 일상적으로 써댈 수 있을 때쯤?-_-



12. 날 기억하지 말아요 / 서미애 외

한국 작가들이 쓴 미스테리 단편집이다. 상당한 고밀도의 단행본으로 모든 에피소드들을 다 흥미롭게 봤다. 비슷한 류의 단편집을 더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최근엔 단편집 외에 한국 추리소설을 보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만화책과 마찬가지로- 한국 작가의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 하기엔 뭔가 좀 거리낌이 있어... (음?)



13. 퀴즈왕들의 비밀/ 코닉스버그, E. L

어린이 코너에서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집어들은 소설책. 원래부터 퀴즈 배틀을 좋아했었고, 또 마침 아이들 소재의 이야기를 찾고 있었던 차였기에
제목만 보고 빌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거이거, 퀴즈가 메인인 책이 아니네-_-. 주된 내용은 훗날 퀴즈쇼에 참가하게 되는 아해들 각각의 성장 스토리였다. 실망한 어깨를 늘어뜨린 채 천천히 읽...다보니 어느 새 스트레이트로 다 읽었다. 재밌네 이거;; 나디아와 싱, 너무 귀엽다.



14, 15, 16. 결백, 지혜, 비밀 / G. K. 체스터튼

나도 드디어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손에 잡았군!!! 실제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왠지 예전에 어디선가 듣고 본듯한 얘기들이 굉장히 많았다. 이게 다 어린이용 탐정 소설 모음의 폐해다. 그러나 짤막하면서도 세련된 이 전개에 깜짝! 정말 본받을 점이 많은 작품이다. 조연이었다고 생각되던 캐릭터를 바로 죽여버리는 센스에도 깜짝-_-.
반면 회를 거듭할수록 이전에 있었던 것과 비슷한 사건이 다시 등장한다는 것(그것도 다소 난해한 표현으로 재구성한 듯한;;)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혹여나 다작의 영향이 있었을까? 남은 단행본 2권을 더 살펴보고 판단해보자.

여담 - 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 맛 간 감상문에선 대가들의 대작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까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 많이 안 본다고 이래도 되는 겨?



17. 푸른 불꽃 / 기시 유스케

책을 서가에서 뽑은 직후 대출 코너로 가져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 앉아 다 읽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 이 아저씨 팬 된 거 같애-_-;; 시행착오를 거듭한 치밀한 범죄 앞에 손에 땀을 쥐며 긴장하다가도, 종장엔 캐릭터들에 대한 연민으로 마음이 미어진다. 기상천외한 범죄를 미려한 전개와 도드라진 캐릭터로 맛나게 버무리니 이 어찌 손이 가지 않을 수 있으랴! 이제 우리 도서관에서 내가 읽지 않은 유스케 아저씨의 작품은 <천사의 속삭임>하나 뿐. 여유 있을 때 천천히 음미해야지.

인터넷 찾아보니 <검은 집>과 같이 <푸른 불꽃>도 영화판이 있던데, 정식 수입이 안 된 모양이다. ...으잉? 여주인공이 마츠우라 아야???



18. 천사의 속삭임 / 기시 유스케

위에서 언급했던 '천천히 음미해야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바로 다음날 빌려 독파해버린 <천사의 속삭임>이다(이건 뭐..;; 대책이 없군!!). 작품 연대로 보자면 <검은 집>과 <푸른 불꽃>의 사이 작품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장년층(?)이라 할만한 98년 작. <검은 집>과 같은 본격호러물로서 클라이막스에 다가갈 수록 짜릿짜릿하고 끔찍한 묘사들이 많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전문 지식을 필두로 한 시원한 전개는 역시 마음에 든다. 다만 대단원의 반전에선 불연듯 피어나는 기시감이 좀 아쉬웠다. 마치 로빈 쿡의 모 소설이 생각나는.. 메디컬 서스펜스나 바이오 호러 장르라면 약간 흔한 결말이 아닌가. (안 그래도 98년 당시 그런 장르들이 세계적인 붐이었다고 한다-_-)

아무튼 이것으로 유스케 작가님의 국내 출간작은 다 읽었군. 나머지 4개는 왜 안 들여오는 거여요? <- 돈 안 내고 읽은 독자가 할 말이 아니야

여담 - 또 다른 문득 든 생각. 전문지식을 토대로 한 역작이라... 왠지 사사키 노리코의 만화들이 떠오르지 않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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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모음을 보면 볼수록 '뭐 이딴 무성의 개판 오초전의 막 되먹은 감상문 따위가 다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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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없는 것보단 낫잖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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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