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었다!!


우와, 진짜 늦었다! 도서관에서 약간 지체하긴 했지만 그래도 1시간 20분 전에 출발했는데, 이렇게나 늦어 버리다니! 천호 역에서 열차가 10분이나 안 온 게 타격이 컸습니다. 야탑역에 도착했을 땐 벌써 경기 시작 시간(3시)에서 8분이 더 지나 있었습니다. 탄천을 향해 뙤약볕 밑에서 간만에 뜀박질을 하니,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이 크게 감복하여 편의점에서 방금 사온 시원한 맥콜캔을 던져주...지 않고,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군요(당연). 숨을 헐떡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입장!

 
 

전광판을 보니 전반전 17분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0:0(사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다행이 아니었다는). 자리를 잡고 재빨리 성남의 스쿼드를 확인했습니다. 장학영 선수가 부상이란 소식을 미리 듣고 있었기 때문에 왼쪽 풀백 자리에 누가 서있는가가 가장 큰 관심사였죠. 누렁이에게 문자로 물어볼까 하는 찰나, 40번이라는 등번호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주중 광주와의 컵대회 경기에서 봤던 등번호! 바로 박우현 선수였습니다.

결국 성남의 선발 라인업은-
- 정성룡 박진섭 김영철 조병국 박우현 손대호 김상식 김철호 모따 두두 조동건

포항의 선발
- 데닐손 있고, 황재원 있고, 황진성 있고, 박원재 있고. 김기동 없고, 골키퍼는 김지혁.
...나머지는 못 알아보겠더군요. 보통이라면 자료를 찾아서라도 쓰지만 져서 열받은 경기였기 때문에 패스.



■ 전반전


겨우 자리를 잡고선 뜨뜻한 물 한 모금으로 입을 축였지요(오늘은 물을 두 통 가져왔다네). 그 워러가 위장을 다 통과하기도 전에 2골을 실점했습니다. 전반 21분과 25분에 연속해서 2실점. 신용병들이 빠지고 황진성이 돌아온 포항의 공격력은 상당했습니다. 성남은 장학영 선수가 빠진 수비진을 추스리지 못했고 집중력에서도 한계를 보였죠. - 이 날 경기에서 포항은 마지막 순간까지 성남의 왼쪽 측면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원래부터 오른쪽 풀백인 최효진의 공격력이 강하기도 했지만;;
여튼 초반 2실점의 영향으로 전반은 상당히 힘들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뒤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무더운 날씨 속에서 체력적인 차이도 큰 영향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다행히도 전반 30분, 두두가 PK를 얻어냈습니다. 페널티 라인 안에서 왜 저리 볼을 끌어!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PK 선언. - 이러면 용서가 되죠. 두두 본인이 키커로 나섰습니다. PK를 차기 전부터 아이들이 어찌나 두두콜를 외쳐대던지;; 골 넣고 세레모니를 끝낸 후 두두가 직접 일반석으로 다가와 박수까지 쳐줄 정도였습니다. 일반석에서의 선수콜이 슬슬 일반화 되어가는 징조려나?

스코어 2:1로 전반전이 종료되었습니다.

 
 

■ 하프타임


너무 덥다 헉헉헉헉 그래도 일반석에서 있어야지 자신을 수양하며 광합성이나 좀 하자

 


■ 후반전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정우 선수가 투입되었습니다. 사실상 베스트 11 스쿼드인 김정우 선수지만 아직 몸상태가 100%로 올라오지 않아 계속 교체로 출장하고 있었죠. 김정우의 투입 효과는 그 즉시 나타났습니다. 후반 3분, 벼락같은 동점골이 터졌거든요. 사실 조동건을 보고 준 패스였는데 조 선수 앞을 지나 오른쪽 사이드로 흘렀고, 마침 쇄도하던 두두가 그 유명한 왼발을 휘둘러 정확히 구석으로 차넣은 골! 두두! 두두! 두두! 두두! 두두! 두두!

....음.
확연한 전력으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한 성남은 이제 그라운드를 완전히 장악하고, 쉴 새 없이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일방적인 하프 게임 속에서 포항은 수비하느라 쩔쩔 맸죠. 측면에서 올라가는 크로스를 황재원 선수가 걷어내다가 자기편 골문 쪽으로 들어갈 뻔한 장면이 나오자, 성남 섭터들로부터 황재원 콜이 나왔습니다. 푸하하하- 웃을 여유도 있었죠.

.....................
그런데 이게 뭔 일? 시간이 흐르며... 점점 포항의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어어- 뭔가 좀 이상한데- 어어- 하고 있던 후반 26분, 김영철 선수의 자책골이 터집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앞서 걷어내려다 그만... 이어지는 포항 서포터즈들의 굴욕적인 '김영철'콜... 고요해진 경기장 속에서 저도 할 말을 잃었습니다.

 
통한의 자책골 허용...   박우현 선수는 생소한 자리인 왼쪽에서 열심히 뛰어주었습니다만.. 으음..


.....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김영철 선수의 자책골이긴 했지만 애시당초 그 발단은 최효진의 오버래핑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데 있었고, 결국은 미드필더진의 체력 저하가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한 마디로 컵대회 독이었단 말입니다--. 주중 컵대회를 치른 후 이틀을 뛰고 뛴 성남의 선수들과, 컵대회 없이 6일을 쉬고 뛴 포항 선수들과 체력차이가 경기력으로 이어졌단 거지요. 토요일 경기는 포항VS성남, 전남VS서울 딱 2경기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하는 두 팀을 위해 당긴 일정이었지요...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한(그리고 단숨에 말아먹은) 팀보다 자국에 남아 컵대회를 치른 팀이 훨씬 더 체력적인불리함을 안고 싸우게 되다니, 이건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겁니다. ...이미 끝난 경기, 하소연해봤자 소용도 없지만요. ...에휴.

사실 김영철 선수는 지난 전북과의 컵대회 경기에서도 초반 자책골을 기록해, 0-3 대패의 빌미를 제공한 적이 있었어요;; 이번 일로 심리적인 위축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

어쨌든 이후 최성국 선수가 투입되고... 전광진 선수까지 왼쪽 풀백으로 투입되었으나... 지친 선수들은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했습니다. 막판 전광진 선수와 김지혁 키퍼의 충돌 장면이 있었지만 PK는 선언되지 않았고 결국 최종스코어 3-2로, 성남은 패배했습니다.

 
느릿느릿.... 이 날 경기에서 포항 선수들은 볼을 엄청나게 끌었습니다. 너무 화딱지가 나서 '베트남이냐!' 하고 소리를 빽 질렀음.
 
 
 


■ 마무리

너무도 아쉬운 시즌 첫 패배였습니다. 성남을 밀어내고 나간 AFC를 순식간에 말아먹은 팀에게 이렇게 완패를 하니, 더더욱 분통이 터지네요.
지난 시즌까지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던 포항이었지만, 이제부턴 저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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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