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


4월 6일 일요일. 시즌 2번째로 이루어진 탄천 홈경기 관람입니다. 아침 일찍 나와 노량진에서 친구들 얼굴을 본 후,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죠.
탄천 가에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더군요. 사진 몇 장.

 
 


입구 들어갈 때 보니 새로 영입된 빼드롱 선수의 싸인회를 하더군요. 덕분에 오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먼저 알 수가 있었죠.

맑고 따듯한 날씨였습니다만 아쉽게도 관중은 그닥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반석에서의 호응은 굉장히 좋은 날이었죠; 지난 시즌에도 자주 뵙던 성남사랑 아저씨들과 같이 콜을 할 수가 있었기에 대만족-- 경기 결과도 대만족이었습니다.

 
따뜻했던 날씨였음.   2번째 득남을 한 모따. 골 뒤풀이로 베베토 세레모니를 할 예정이었지만;;


■ 라인업


성남 : 정성룡 박진섭 김영철 조병국 장학영 손대호 김상식 김정우 모따 두두 조동건
- 지난 제주전에선 전문 공미 자리의 국내 선수를 제외하고 4-4-2 또는 4-3-1-2라는 변칙적인 수비 포메이션을 보이며 5개의 슈팅으로 3골을 작렬, 3:0 승리를 거둔 성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김정우 선수를 중앙 미드필더로 첫 출장을 시키며 다시 전통적인 4-3-3으로 나왔지요. 그리고 원톱은 k리그 사상 4번째로 데뷔전에서 2골을 넣은 슈퍼루키 조동건 선수가 나왔습니다.

전남 : 염동균 이싸빅 정인환 김성재 이규로 김치우 이상일 김태수 김명운 시몬 고기구
- 곽태휘 산드로 등 주전 멤버들의 줄부상과 AFC에서의 연이은 참패로, 리그에서도 승리 없이 최하위에 떨어져 있는 전남이었습니다. 모따의 원수(-_-) 김성재 선수도 선발출장 했는데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고요.

 


■ 전반전


전반 한 20분까지는 엉망이었습니다. 미들지역에서 패스도 안 되고 공격 흐름도 못 찾고... 그 와중에 전남의 슈팅은 2-3차례나 성남 골문을 위협했지요. 뭣보다 오렌지 아니, 아륀지 색깔 스파이크를 신고온 김정우 선수가 팀과 완전 따로 노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훈련에 합류한지 얼마 안 된 탓도 있겠습니다만(아직 몸상태가 50% 밖에 안 된다는 감독님의 말씀도 있으니) 다른 선수들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제대로 된 타이밍에 거의 패스를 주지 못했어요. '개판이네'란 신음 섞인 탄식이 절로 나오더군요-_-.

시간이 지나며 조금 나아지나 싶었던 전반 29분, 뜻밖의 골이 터집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두두가 크로스한 공을 김정우 선수가 달려들면서 골로 연결, 1:0을 만들었어요. 미들진에서의 활약이 미비했다고 생각했던 정우 선수였기에 더더욱 놀라웠던 골이었습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한 골이 터지고 나서부터는 패싱 플레이가 어마무지 잘 풀려 보이더군요 (이래서 골의 힘이란는 게 무섭다고 하는 건가;;).
2번째 골은 약간 혼전상황에서 터진 두두 선수의 터닝 슛. 모따에게 내주려던 볼이 수비 발 맞고 다시 돌아오자, 전혀 당황하지 않고 부드럽게 돌면서 골문 구석으로 차넣었습니다. 점점 더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두두. 4경기 3골 1도움 기록입니다. 역시 성남 스타일이 딱 맞아...

2:0이 되자 전남에선 송정현 선수가 들어옵니다. 나름 분위기 반전을 노린 이른 교체였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성남의 골이 터집니다. 조동건 선수의 주워먹기 골. 오른발로 때릴 수 있는 문전 앞 프리킥 찬스에서 식사마가 때린 공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걸, 재빨리 밀어넣어 3:0이 됩니다.

조동건 선수의 대시도 좋았지만 뭣보다 식사마의 오른발 프리킥이 절묘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는 문전 앞 프리킥 상황은 왼발 찬스에선 모따, 오른발 찬스에선 김두현 선수가 거진 다 찼었죠. 김두현이 웨스트 브롬으로 떠난 이후론 식사마가 많이 차고 있었습니다. 작년 A3에서도 프리킥 골을 넣었던 식사마이기에 어느 정도 잘 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이런 킥 정확도를 가지고 있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수미라는 소릴 듣는 것이겠지요. 키커 걱정이 없다는 건 팀으로서 큰 축복인 것이 분명해요.

여튼 10분 동안 3골을 퍼부은 성남은 3:0으로 여유롭게 전반전을 종료합니다. 전반적으로 선수들 폼이 물이 올라 강한 압박으로 전남을 몰아붙였기 때문에, 이후 경기는 아주 편안하게 볼 수가 있었어요.

 
이 각도에선 잘 안 느껴지지만, 잔디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았습니다.   성남의 슈퍼루키 조동건.
 
컨디션이 다소 떨어져 보이긴 했지만 치우 선수의 킥은 언제나 위력적. 언젠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으려나;;
 

■ 하프타임


게임 시작 전에 그럭저럭 되던 무선 인터넷이, 하프타임 되니까 전혀 접속이 안 되더군요. 디카로 찍은 3번째 골 동영상을 앞에 앉은 초딩 애들에게 보여주며 놀았습니다.


■ 후반전

후반에도 전남의 공격은 꽉 막힌 상태였습니다. 최전방의 시몬 선수, 평소엔 대단히 위협적인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선수였는데, 컨티션이 떨어진 건지 성남의 대인 마크가 통했던 건지 전반에 골대 한 번 맞춘 이후 영 힘을 못 썼습니다. 그리고 이 날의 숨은 공로자라면 누가 뭐래도 박진섭 선수가 아닐까 싶네요. 김치우가 주도하는 전남의 왼쪽 공격을 거의 완벽하게 방어해냈으니까요. 왼쪽 미들이나 풀백을 보는 치우 선수지만 전남에선 거의 에이스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_-. 정성룡 선수의 선방 덕을 본 적도 몇 번 있긴 했지요. 정성룡 선수는 이 날 선방도 많이 했습니다만, 대시해서 나오는 타이밍에선 아직도 약간 불안한 듯한 모습이더군요. 골키퍼까지 완전히 제껴진 장면도 한 차례 있었죠. 조병국 선수가 골문 앞에서 걷어내지 않았으면 100% 실점 할 뻔;;

큰 스코어 차가 계속 이어지자 관중들도 좀 지루해하는 것 같았는데요. 학범슨 감독의 적절한 교체 카드로 최성국, 한동원 선수가 차례로 등장합니다. 마지막 교체는 김동현 선수와 조동건 선수의 교체. 교체 직전 동건 선수는 최성국의 스루패스를 칩샷으로 띄운 골로 4:0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더 이상 활약할 건덕지도 없었습니다;; 이튿날부터 신예 조동건의 기사가 언론 매체를 가득 수놓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죠. 사상 최초로 데뷔전 2경기에서 4골... ㅋ

후반 말미 들어와서도 성남의 경기력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팀내 경쟁자들의 약진 때문인지 교체 선수들 모두도 정말 열심히 뛰어주는 모습이었어요(이것이 바로 조동건 효과!!). 최성국, 김동현, 두두에게 한 차례씩은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네요. 두두의 골대 맞춘 슛팅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어째 올시즌 성남은 거의 매 경기 골대를 맞추고 있군요. 김동현이 맞춘 것만 3번이던가;;

결국 골을 더 넣지 못하고 경기는 4:0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 마무리

제주전 3:0 승리에 이은 화끈한 4:0 승리. 잔디와 관중 등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정말 재미있었던,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경기였습니다. 4경기 10골로 득점 부문에서도 성남이 1위가 되었네요. 최소 실점 최다 득점이 목표라던 학범슨 감독의 목표가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ps:
아, 그리고 이 날 또 하나 재미있었던 장면. 후반 중반 즈음 김학범 감독이 사이드라인 넘어온 공을 멋진 뒷발차기로 탁 차놓으니까,
본부석에서 김학범 콜이 나왔습니다. 박장대소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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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4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