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은 이루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몇 주 전쯤이던가, 버스 타고 집에 오는데 난생 처음 보는 건물 하나가 마을 어귀(표현 봐라)에 보이더군요. 동사무소 정도 크기의 아담한 새삥 건물이었지요. 뭔가 하고 가까이 가보니 정보도서관 개관 준비중이란 팻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오호? 뭔가 도서관 비스무리한 게 생기는 건가? 나중에 한 번 봐야겠는 걸-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과자를 먹어 버렸습니다. 이후 한동안 그에 대한 관심을 흐리게 버무린 채 무심한 시간을 흘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문득 그 도서관 생각이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습니다. 지역신문의 작은 기사 한 쪽이 뜨더군요, 바로 이겁니다. <클릭>
[월계문화정보도서관 12월 27일 개관]


뭐시라....



뭐시라....

 

 


......







말도 안 돼!!

우리 동네 진짜 도서관이 생겼단 말인가!! 그것도 바로 어제, 참말로 생겼단 말이가!! (갑자기 웬 사투리)
중계, 상계 도서관은 멀어서 왔다갔다할 꿈도 못 꾸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서점도 자전거 타고 15분을 가야 나오는 문화소외 1등급의 우리 동네에, 난데없이 최첨단 도서관이라니이이이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어이없게도 멋들어진 공식 홈페이지까지 만들어져 있더군요! 빛의 속도로 즐겨찾기와 회원가입을 끝낸 후 소장도서 검색을 마구마구 해봤습니다. "아니! 이 책이 있다니!!" "아니 이 책도!?" 정말이지 너무너무 흥분했어요.
자고 일어나서 도서관 부터 가야지~! 하고 일찍 취침.


 
 

■ 두둥!

이것이 우리 동네 도서관입니다. 도보로 3분이면 도착하는 최첨단 신축 정보도서관! 내가 왔다!

 
우와, 딴 사람들도 많이 왔네;;   열람실 좌석 배치까지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이 해준다! 오아-


개관 이틀째인지라, 1층 접수계는 회원증 신청하시는 분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엄마랑 같이 온 아이들부터 나이 지긋하신 동네 어르신들까지. 다들 새로운 도서관에 대한 기대는 매한가지였나 봅니다. 아무튼 신청서 내고 거의 30분을 기다려서 쯩을 받았어요; 물론 회원증은 대출시에만 필요한 거라 미리 올라가서 둘러볼 수도 있었지만, 기분상-(프롤로그를 찬찬히 다 본 후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싶은 기분-_-) 그냥 1층만 어슬렁거리며 기다렸습니다. 규모는 아담했지만 시설은 정말정말 좋아보여서 흥분도가 계속 업됐죠.

이윽고 온 제 차례. 홈페이지의 회원증 신청메뉴얼엔 증명사진이 없었는데, 쯩 자체에 사진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었더군요. 노원도서관의 회원이면 사진이 공유가 되고, 아닌 경우엔 즉석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 거였습니다. 면도도 안 하고 왔는데-_-. 뭐 어떠랴....

 
신축이야! 신축!   아담한 도서관 소개. 장서 2만권이라... 일단 1년 정도면 볼만큼 보겠네..


■ 2층으로 GO!


들뜬 마음으로 2층에 올라서 꼬꼬마들을 따라 어린이 열람실로 들어가...지 않고, 연속간행물실로 들어갔습니다. 역 한 귀퉁이에 붙어 있는 조그만 편의점만큼 밖에 안 되는 크기였지만, 볼만한 잡지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어요. 시사저널에 리더스 다이제스트, 테니스, 월간 바둑 등등. 놀라웁게도 이번 호 뉴타입까지 있었다!(-_-) 제대 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뉴타입을 이제 다시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축구 잡지 베스트 일레븐이 또 한 번 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FW - 풋볼위클리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어이).

일간신문은 조선/동아/한겨례가 나란히 있더군요. 나름 개념 라인업?

 
오른쪽에 보이는 조그만 방이 연속간행물실. 대여는 불가능하지만 코인 복사기도 붙어 있습니다. 크하! 역시 최첨단!


■ 메인 스트림 3층!


3층 디지털종합자료실!! 실질적으로 도서관이라 하면 이 부분을 말하는 거겠죠, 일반 도서관의 영상 자료실과 정보 검색실, 도서 열람실이 함께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DVD 자료들은 대출 데스크에서 리스트를 보고 주문하면 대여해주는 방식이더군요.

 
 
왼쪽으론 프린터/복사기들이 쫙. 끝줄은 장애우 PC와 점자 도서자료.   사진 흔들; 이것이 전체 도서열람실의 1/3쯤 됩니다.

이것들이 나를 위해 준비된 2만권의 장서!!(야 임마) 안경수건으로 감격의 눈물을 닦고 찬찬히 도서들을 살폈습니다- 사실, 너무 빨리 책을 빌려 보고 싶은 마음에 오래 둘러보진 못했어요;; 아직 처음이라 그런지 책장의 한 30%이상은 비어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책들이 들어올 것이란 기대감이 몰려왔지요.

우선 가장 먼저 만화관련 코너를 본 후 추리물, 일본문학, 컴퓨터 책 등등을 돌아봤습니다. 만화 쪽엔 만화관련 서적보다『식객』 전권이 눈에 쏙 들어왔고(-_-) 추리 쪽은- 전체 장서 수에 비해 상당히 빠방한 볼륨이라 만족했습니다. 다만 동서문화사의 새 추리전집이나 앨러리퀸 작품들은 안 보이고 이미 볼만큼 다 본 크리스티나 홈즈 전집이 많았던 게 아쉬웠음... 하지만 일본문학 쪽에 온다 리쿠의 작품들을 비롯, 상당한 최신작들이 구비되어 있는 것을 보고 급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제 4-5시간 잡고 노원문고 달려가 한 권 다 보고 집에 돌아오고 할 필요가 없겠구나... 흑...

그러고보니 라이트노벨『트리니티 블러드』도 다 있던데-_-. 나중에 볼까나...『마가 붙는..』시리즈도 있는데『마리아님이 보고계셔』가 없는 건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어요. 뭐, 이미 추리물과『초원의 집』시리즈만으로도 다음 한 달 볼 거는 꽉 찬 셈이지만.

 
온다 리쿠 스페셜!! 이리 인기가 많았단 말인가;;(『관』시리즈는 하나뿐)   일본 추리문학에 또 푹 쩔어 살겠구나...


■ 4층


열람실이 메인인 4층. 그닥 크게 이용할 일은 없겠군요. 아무래도 수험생들의 자리 쟁탈전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3층에도 있던, 의자밖에 없는 휴계실. 아무래도 서브 열람실화 될 듯?   나중에 방학시즌 끝나면 한 번 이용해볼까나.


■ 옥상과 지하


옥상은 휴식공간이었습니다. 정취도 있고 좋더군요. 지하엔 식당이 있었는데 3,4층의 문화교실과 마찬가지로, 아직 입점을 안 했더라고요. 밥 한 번 먹어볼까 했는데 아쉽네...

어쨌든 이걸로 새 도서관 탐방은 끝. 대출한 3권의 책을 소중히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늘 나라 가는 길'이었으면 참으로 웃겼을 텐데.   책을 읽는 사람이던가... 기획 사진전을 하고 있더군요.
 



■ 결론 = 우리 동네 최고! O▽O b

 

아직 떨떠름히, 실감이 잘 안 나네요.

오락실과 서점이 전멸하고 아이스크림의 할인폭까지 낮아져(50% = > 30%) 여러가지 메리트가 사라지던 우리 동네에 이런 거대한 축복이 내려지다니, 실로 감개무량합니다. 박항서 감독이 경남fc 감독 당시 까보레 선수를 두고 "신이 내린 선물이다"라고 말했었는데, 제가 지금 그런 기분이에요. 목동 살 때 목동도서관이 가깝긴 했죠. 하지만 당시엔 빡빡한 수험지옥 때문에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대출 카드조차 만들지 못했었으니 뭐). 대학생이 되고난 다음엔 도서관 근처 갈 기회조차 별로 없었고...

하지만 이젠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동네에 도서관!!....

앞으로 제 생활은 엄청나게 변화하게 될 겁니다. TV, 게임에 쓰이는 시간이 확연하게 줄어들면서, 그간 목 말라왔던 독서 생활에 푹 빠져 지내게 될 것 같네요. 당분간은, 아니 꽤 오랫동안 말이죠.




오늘 빌려온 역사적인 첫번째 대출 도서는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벌써 3권 다 읽어버렸어요;;(오하하) 다음은『점성술 살인사건』이다~

 

<돌아가기>

- 2007년 12월 28일

 






* 갑작스런 추가!

 

- 어제 도서관 다시 갔다가 지난 번에 못 봤던 걸 발견했습니다. 위 본문 중 동서문화사의 추리책들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했는데, 바로 그 동서 미스테리 전집이 세계문학코너 구석에 다 있더라고요-_-. 아니 유럽 작가들 좀 섞여있다고 홈즈, 크리스티, 일본 추리 등등과 따로 꽂여 있으면 쓰나..;; 어찌됐든 엘러리퀸 작품도 몇 권이나 더 볼 수 있게 생겼다...

이 도서관 장서에 대한 평가도 좀 바꿔야겠는데요. '추리물이 상당히 빠방한 볼륨'인 수준이 아니라, '추리물의 비중이 좀 과다하게 많은 거' 아냐?-_-
(뭐 나야 좋지만 오하하)



 

- 2008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