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 토너먼트!


갈까, 말까, 상당히 고민을 했습니다.


최근 작업할 분량이 너무 많아, 저 멀리 탄천까지 갔다 오는데 시간적 부담이 컸거든요....(+관전기 쓰는 시간 추가-_-) 엑스포츠에서 전북경기까지 연달아 중계해준다는데.. 그냥 TV로 볼까... 어차피 홍보 많이 하고 해서, 나 말고도 사람들 꽤 갈 거 같은데 말이지... - 이렇게 우왕좌왕하면서, 9월 19일, 경기 당일까지 갈등을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가기로 했죠. AFC 8강전이라는 게 매년 온다고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나중에- 못 간 걸 후회하면서 시간 보내느니, 그냥 눈 딱 감고 갔다 오는 게, 작업효율에도 좋을 것 같다고 판단을 내렸지요. 안 그래도 올해 피스컵 못 간 게 한으로 남을 듯 하고--

같이 가겠다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혼자 힘차게 길을 나섰습니다.
사정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탄천으로 gogo!

 
한밤중이 아닙니다.. 오후 6십니다;;;   벌써부터 액운이 감돈다...


이 날 날씨 얘기를 정말 안 할 수가 없는데요.. 태풍 위파의 북상으로 인해 지난 제주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오후 들면서부터 슬슬 비가 시작되길래 저녁쯤엔 좀 그치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었죠. 야탑역에 도착한 게 6시 반쯤인데, 이미 사방이 깜깜했으니까죠. 경기장 걸어가면서 "야- 꽁짜표 받은 사람들도 이 날씨엔 안 오겠다;;" 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안 좋은 예감은 꼭 맞아 떨어지죠.

까페나 블로그에 홍보하면 꽁짜표를 주는 이벤트를 패스해버려서(까페도 블로그도 없으므로), 1층 입장권을 사서 들어갔습니다. 표 파는 언니가 1층에선 비 맞을텐데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OK라 해버렸죠. 맨날 가던 데가 일반석이라... 게다가 천 원이 싸다(...). 아무튼 스탠드에 딱 올라서서 그라운드와 관중석을 보는데- 후우- 이 탁 트인 관중석- .......

지난 조별리그 6라운드, VS 산동전에서 1만여 홈관중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대승을 거뒀던 성남이었기에, 이번 8강전은 구단측에서도 더더욱 관중 동원에 신경을 썼었죠. 근데 그 놈의 태퓽~ 때문에.. 안습이 되어버렸삼... 어웨이 응원석은 당연한 듯 인구밀도 0이고, 일반석은 저 포함해 총 관중 한 2-30명 정도, 서포터즈도 그만큼... 그나마 2층에 단체 관람 온 군인, 성일여고 학생들이 제일 많았어요-_-.. 나참.. 평소 리그 경기에도 이거의 10배는 왔겠다;; 이 경기의 중요성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거냐..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이아아아아악- <- 누구한테 하는 얘기? <- 누구한테든 그냥 화가 나서-_-

여튼 정중앙 좌석에 무가지를 깔고 가만히 앉아 레쓰비를 마셨습니다. 잠시 뒤 시작되는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

 
 
엄청난 비...   커버 씌운 전용구장, 부탁해..
 

■ 전반전

 

평소와 거의 똑같은 라인업의 성남이었습니다. 4백 장학영, 김영철, 조병국, 박진섭에 골리 김용대.(너무 뻔해서 계속 쓰기도 좀;). 3미들 김두현 김상식 김철호. FW진은 최근 살아난 이따마르, 최근 폼이 떨어진 모따, 그리고 최성국.

알 카라마 선수는- 경기가 끝난 지금까지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알 모씨 11명이 뛰었을 겁니다. 20번이 골을 넣고 3번 수비수는 키가 컸다. 후반에 교체가 몇 명 있었는데 알 모씨가 들어가고 알 모씨가 나왔다. 끝. - 정말로, 전혀 모릅니다.

전반전은 뭐, '영 안 풀렸다' 이거 한 마디로 요약 가능할 법하네요.
알 카라마의 두꺼운 프레싱을 의식한 듯, 중앙 미들지역보다는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 주를 이루었는데요. 왼쪽의 장학영, 오른쪽의 최성국까지는 그럭저럭 잘 올라가고 진행이 되었지만, 이후의 결정적인 크로스나 중앙으로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 거의 나오질 않았어요. 놈들(호칭 봐라)의 수비를 너무 의식했던 건지... 아니면 날씨와 컨디션 탓이었던 건지... 선수들 미스가 너무너무 많더군요. 하도 답답해서 "정신 차려!!" 하고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김철호 선수가 특히 미스가 많았고.. 또 모따도;;

안 그래도 이전 리그 경기 퇴장 당해서 주말에 부산전도 못뛰는지라, 지난 산동전에서 보여준 그런 분노의 슛팅을 내심 기대했던 모따였습니다만.. 진짜 이 날만큼은 부진하더군요..;; 지난 몇 년간 성남 경기를 꾸준히 보아온 가운데... 모따가 이렇게 실수 많이 한 경기는 처음 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한 3번쯤 볼터치 미스를 하지 않나.. 날카로운 돌파도 그닥 없었고... 결국 후반에 한 건 하긴 했지만요.. 으... 이따마르 병이 옮은 건 아니겠지.. 모따..-_- 2차전엔 진짜 잘해야 된디..

여튼 전반 9분 실점하여 0:1로 전반전 종료.

 
 
9분 만에 실점. 알 카라마 선수들, 업드려 절하는 세레모니가 인상적이었네요.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린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영 안 풀리는 경기...   비비빅
 

■ 하프타임


쉬는 시간, 성일여고 댄스팀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근데 경기 때문에 열받아서 제대로 눈에 안 들어오더군요(...). 하프타임에 특이했던 건 알 카라마 선수들 중 아무도 몸을 풀러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축구 문화가 달라서 그런 건가? 그냥 비가 많이 와서 그랬을 수도 있었겠네요, 잠시 그치는가 싶었던 비가 다시금 팍팍 쏟아졌거든요. 엉덩이 떼는 순간 의자에 깔아놨던 신문이 물티슈가 될 마당이라, 하프타임 끝날 때까지 꼼짝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 후반전


드디어 시작된 후반전. 최성국, 이따마르가 빠지고 김동현, 남기일 선수가 차례로 들어옵니다. 최성국 선수, 전반전에 허리 부상이 좀 있었던 모양이던데... 어쨌던 요즘 남기일 선수는 폼이 좋았죠! 대전전, 전북전에서도 멋진 활약이었구요. 하지만 전반전보다 더더욱 수비에 신경쓰는 알 카라마.. 쉽사리 라인이 무너지질 않습니다. 비는 여전히 퍼붓고... 실수도 계속 되고... 후반 들어서부턴 본부석 쪽 피치에 물이 완전히 고여 있더라고요. 장학영 김동현이 원투로 주고 받는데 웅덩이에 풍덩하고 공이 딱 멈춥디다;; 발길질 한 번 하면 물보라가 눈부시게 튀어올라, 공격하는 데 더더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런 날 더더욱 김두현이나 모따의 중거리 슛이 필요 했었는데... 두세번 정도 겨우 나온 기억이지만 정확도는 많이 떨어졌었던 듯.. -아, 그러고보니 전반전엔 한 번 기가 막히게 찬 게 있었군요. 수비가 걷어내긴 했지만...

후반 중반이 넘어서 드디어 마지막 선수교체가 이루어집니다. 김철호 대신 신예 김민호 선수가 들어왔죠. 피스컵에서와 마찬가지로 주로 오른쪽 사이드에서 공격을 풀어나가더군요. 한동원이 나오지 않을까도 싶었는데 학범슨 감독은 역시 중앙의 김두현, 모따가 가진 한 방을 믿었던 것 같아요. 결국은 모따와 김민호가 해냈죠.

 
몰아붙이는 성남-   백태클! 쿠당! 모따 열받았다!...
 
김영철 선수, 이마가 찢어졌지만 부상투혼 발휘!! .......저기 보면 신발끈 묶는 선수가 있는데.. 경기내내 왜 그리 신발끈 다시 묶는 선수들이 많았은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모따가 날린 슈팅이 골키퍼를 비켜 맞고 흐르자, 김민호가 침착한 하프 발리슛으로 연결, 마침내 후반 28분 동점돌을 만들었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하고 순간 번쩍 일어나서 괴성을 질렀는데- 결국 의자 위의 무가지가 물티슈가 되었습니다. 뭐 그 이후로는 앉질 않았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불과 2분 뒤 왼쪽 코너킥 셋피스 상황에서 조병국의 헤딩골로 역전을 만들어냈거든요! 으아... 그 순간의 전율이란... 우산이고 뭐고 다 던져버리고 소릴 질렀죠. .. 이 날은 평소에 비하면 그닥 소리 많이 지른 편이 아닌데, 역시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잠겼어요. 커흠... 흠..

여튼 빗 속에서도 한껏 달아오른 탄천의 피치. 골득실을 생각해 추가점을 더 넣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운 찬스 한 두번을 날린 채, 그대로 경기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실 성남도 후반 역습 상황에서 실점 위기가 몇 번이나 있었어요;; 용대사르가 막은 결정적인 장면만해도 한 2번 됐었고요... 또 조병국, 김영철 선수의 커버가 좋았죠. 골도 넣은 조병국 선수는 뭐, 앞뒤볼 것 없는 MOM.

 
동점!   순식간에 역전!
 
몇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잘 넘기고-   경기 종료!!
 
알 카라마 선수들 정렬 안 하고 바로 들어가더군요. 쟤넨 원래 저러나?   오와우- 이 쪽으로 인사 오는 선수들!! 이럴 때 좋은 카메라가 있었으면...
 

■ 끝

 


관중이 어쨌던, 경기 내용이 어쨌던, 이겼으니 다행입니다.... 이제 26일에 있을 2차전을 잘 준비해야겠어요. 시리아 원정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는 지난해 전북이 결승전 갔다오면서 잘 보여줬죠('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니;;).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꼭, 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4강전도, 결승전도 탄천에서 하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왕비의 찹쌀떡』발매는 12월로 미뤄지게 된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족 :
지난 산동전, 탄천에 걸린 현수막에서 '성남 vs 중국(산동)' 되어 있는 걸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엔 '성남 vs 알 카라마(시리아)'로 바로 되어 있더군요. 흐음.

만약 가와사키가 온다면, '일본'이 되나 안 되나 봐야겠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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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