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로 AFC 단관


5월 23일은 AFC CL, 즉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최종전, 성남 VS 산동루넝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주말에 상암에서 VS 서울 전이 예정되어 있어서 1주일에 축구장 2번을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약간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역시 AFC 8강 진출티켓이 걸려있는 초중요 경기였던지라 약간 무리해서 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간만에 찾은 탄천. 정겹구나야- (구름이 멋있당)   랄라-


작년 11월 플레이오프 이후 6개월만에 찾은 탄천 구장!! 야- 간만에 오니까 왠지 주변이 달라보이고 감회가 새롭네요. 최근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구단 프런트의 노력을 보여주듯 경기 시작 전부터 구장 안팎에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하고 있더군요.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건의들을 많이 수용해서 경기장 내에 쓰던 음악도 바꾸고- 풍선도 날리고- 경기 후 폭죽도 터뜨리는 등.. 변화하는 성남 구단의 모습이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여튼 경기 시작 40분 전에 도착. 일반 1장을 사서 입장을 했습니다. 음? 근데 8000원? 작년엔 7000원 아니었나?... 뭐 대충 그렇다고 치고... 입장하는데 게이트에서 막대풍선을 건네주더군요. -_-_-... 이 놈의 막대풍선... 축구장에선 원래 쓰는 물건이 아닌데;; 챔결등에서 효과를 봤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오늘이 또 워낙 빅경기다 보니 나눠준 모양. 일단 받았다가 안에서 빨간 막대풍선 들고 있는 아이에게 바꿔쓰라고 줬습니다. 빨간색은 중국이야...

 


자리는 E석 정중앙에 가장 잘 보이는 자리~ 원랜 거의 맨 앞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교사 인솔하에 3-40명의 초등학생들이 몰려와서, 자리를 약간 위로 올렸습니다. 동원된 애들인가.. 왼쪽으로 육군 1개대대, 오른쪽으로 공군 1개대대가 초청된 마당이니 초등학생들이라고 그닥 이상할 건 없지만... 이건 뭐 경기 보는 차일드는 거의 없고 자기네들끼리 웃고 떠들고 놀고 먹고만 하다 가니;; 어린이 초청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 봐야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최소한 축구 경기 중이란 자각 정도는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을 더 초청하는 게 낫지 않을지... 흠....

어웨이 응원석에는 산동 서포터들이 상당히 많이 와있더군요. 경기 전 언론을 통해선 중국 응원단이 한 600여명정도 모일 거라고 보도가 되었었는데 과연 그랬습니다. 중국 유학생들 주축에 +a해가지고 모인 것 같은데 그 숫자는 홈팀 성남 서포터보다 2-3배 이상 많았습니다. 뭐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니 그닥 놀랄 건 아니었고요... (작년 챔스 전북 홈에서도 같은 일이;; 거기다 원래부터 서포터 수가 적은 성남.)

하지만!! 이 날 경기 응원전은 성남의 압승이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폭발적인 일반관중들의 호응이 있었거든요. 이 얘기는 뒤에 하기로 하고...

 
경기 시작 직전, 중궈 응원단   성남. ...경기 후반엔 더 늘었어요...


■ 전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다가 어쨌던 전반전 스타트!!
성남은 올해 K리그에서도 가장 선수 변화가 적은 팀이었는데 이 날 포메이션도 최근 경기들과 완전히!! 똑같이 나왔습니다. 앞에 김동현/모따/최성국, 미들에 김두현/김상식/손대호, 수비에 장학영/박진섭/조병국/김영철, 그리고 골키퍼는 김용대. 뭐 이 날만큼은 스쿼드를 아끼고말고 할 여유가 없었겠죠. 게다가 골득실 때문에 무조건 2점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경기였으니까...
에- 그리고 상대 중국챔피언 산동 루넝팀은- 용병 몇에 중국사람들 좀 있고... 골키퍼도 있고... ... 우물쭈물... 음... 사실 중국팀은 누가 누군지 몰라요;; 그냥 부상선수 둘 셋이고 키 큰 용병이 잘 한다는 것 정도밖엔. 흠. 넘어갑시다.

최소 2골이 필요한 성남은 전반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 부쳤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자신들의 유리한 위치를 잘 알고 있는 산동. 수비벽을 두텁게 하면서 공을 컷트해내면 그 때부터 적절한 패스웍으로 공격을 하는, 안정적인 전술을 펼치더군요. 아닌게 아니라 산동의 패싱게임은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나 전반전엔 오른쪽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이 좋았죠. 용병 선수도 발재간이 좋고 삼각 패스도 척척척. 산동이 착실하게 플레이를 해가자 성남의 공격 숫자 늘리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장학영 손대호 김상식도 수비 때문에 많이 오르락 내리락했고요. 김동현 최성국 모따 공격진 모두가 전반 말미까지 많이 묶여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나마 초반 몇 번의 프리킥/코너킥 찬스도 싱겁게 무산되어 버렸고.. 안 그래도 마음은 초조한데 골은 안 나는 상황이 전반 37분까지 이어졌습니다.

바야흐로 전반 37분, 김두현이 길게 차준 볼을 산동 키퍼가 나와서 받으려는데, 김동현이 잽싸게 톡 띄워서 키퍼의 키를 넘기더니 그대로 헤딩골을 작렬시켰습니다. 그 동안의 답답했던 분위기를 100% 반전시킨 결정적인 선취골이었죠.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학범슨 감독도 첫번째 골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였을 겁니다. 아.. 정말... -2점이란 무거운 짐을 진 상태로 힘겹게 경기를 이어가던 성남, 가볍게 날개를 폅니다.

그리고 불과 3분뒤, 김두현의 프리킥을 받은 손대호의 두번째 골!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원;; 역시 성남! 이것이 성남이다!! 하며 흥분에 몸을 떨었죠. 8강에 필요한 2점을, 전반전에만 그냥 퍼부어 버렸어요. 으아;; 정말..;; 그 동안 한 골이라도 먹게 되면 어떡한담.. 중국팀한테 밀려 혹시나 떨어지면 어쩐담.. 하고 얼마나 마음 졸였었는지.. 크아-

2:0, 이젠 이대로 경기가 끝나도 8강을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최고의 기분으로 전반전 마무리!

     
 
약간은 답답했던 전반 초중반... 여담이지만, 이 날 볼보이들도 별로 무브먼트가 안 좋더군요.
 
전반 41분 김두현이 여기서 차서   2번째 골이 들어갔습니다.


■ 후반


이젠 산동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파상공세로 전환! 선수 위치에 변화를 줬는지 전반전과 다르게 왼쪽 측면에서 사정없이 몰아 붙이더군요. 다시 말하지만 산동의 패스웍은 상당히 괜찮았어요. 골대를 맞고 흘러나온 것 한 차례 외에도 결정적인 찬스가 3-4번이나 있었습니다! 다행히 마무리들이 상당히 부정확해서 살았죠-_-; 박진섭 선수가 많이 뛰었고... 조병국의 몸을 날린 수비가 여러 차례 효과를 보았습니다.
후반 초반 하도 산동이 밀려와서 성남은 많이 움츠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을 내라는 관중들의 외침 속에서 점점 본래의 조직력을 되찾았죠. 주로 왼쪽에서 오르내린 최성국 선수의 빠른 발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되어지네요. 뭐 결정은 모따가 했지만서도;;

후반 25분, 김두현의 땅볼 패스를 받은 모따가 중앙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PA정면에서 중거리 슛을 쏴서 3:0을 만듭니다. 와아... 경기장에선 소리 지르느라고 되새김질을 잘 못 했는데... 집에 와서 영상으로 보니까 정말... 말 그대로의 대포알 슛이더군요. 바로 전율입니다.. 상대편 한 명 제끼고 수비를 앞에 둘을 놓고 그냥 빠방!! 약간 앞에 나와있던 골키퍼가 손도 못대는 골대 구석에 광속으로 꽂혔습니다.
이게 모따의 클래스, 성남의 클래스인 거죠! 으아으아음나아ㅡㅁ니으아으앙-... 이 날 김두현 선수는 몸이 약간 무거워보이나?..싶었는데 결과적으론 세 골에 다 관여했어요;; 역시 축구 선수는 킥이군요...

이후 경기는 한층 편해졌죠 뭐. 산동의 경기력은 더더욱 떨어졌고... 오히려 최성국 김동현이 한 골씩 더 넣을 뻔했는 걸요;; 이 때만큼은 산동 키퍼가 안 도와줘서 추가골은 안 났습니다마만(-_-). 수비력을 강화시키면서 적절하게 3:0으로 마무리.
이로써, 성남은 AFC 8강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하프타임... 몸 풀던 이따마르가 가까이 와서.. 콜을 할까말까 망설이는데 금새 저 쪽으로 가더군요. ... 으흠...
 
후반 위기상황. 골대를 맞추는 산동   3:0 된 순간입니다.


■ 응원전


이 날 경기에서 빼먹을 수 없는 것 하나는 역시 열화와 같았던 경기장 분위기였습니다. 서포터들보다 더 큰, 일반 관중들의 섭팅이 그렇게 강렬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까지 성남 경기 보면서 이렇게 관중 호응이 좋았던 적은 처음이었던 듯... 작년 플옵 때만해도 혼자 "성~남!" 하면 '일반석에서 왜 시끄럽게 하고 난리야~'하고 사람들이 쳐다보곤 하던 탄천이었는데-;; 아, 이 날은 정말 달랐어요. 제 주변만 해도 저 말고도 옆에 애인과 온 아저씨, 뒤쪽에 소리지르며 개그하던 횽들 패, 중요한 경기라고 일부러 찾아온 듯한 연배 지긋하신 어른들 몇 분등등 해서 소리 지르고 선수콜하고 야유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아~ 주변에 같이 소리치는 사람들 몇 명만 있어도 이렇게 편해지는구나-_-)

약간 중구난방식의 응원도 있었지만 -산동 서포터 박수에 맞춰서 '성남!' 응원도 재밌었던-_-a- 일반석에도 공식 섭팅을 아는 분이 많아서 금새 다들 따라하더군요. 3번째 골 이후 모따 콜은 진짜.. 아으- 감동의 도가니.. 모따도 E석 쪽으로 손 흔들어주던데 아~ 정말 분위기 짱이었습니다.. 흐윽흑흑.. 아.. 이대로라면 진짜... 성남 와서 살까...-_-_-

     


■ 그 외 몇가지


* 경기장 밖에 붙어있던 플랫카드들엔 성남 vs 중국(괄호치고 산동) 이렇게 쓰여있더군요. 티켓에도 [성남 vs 중국]이라고 쓰여 있던데;;
뭐 일반인들을 노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근데 그럼, 나중에 토너먼트에서 전북을 만나면 [성남 vs 한국]이 되는 건가?-_-_-

* 작년엔 서울 감독이었다가 지금은 중국 C리그에서 감독직을 하고 있는 이장수 감독. 경기전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남에선
10번 = 이따마르가 가장 위협적이다'라고 말을 했더군요. 근데 결국 끝내 안 나온 이따..-_-... ... 이건 설마, 고도의 어시?

* 경기 종료 직후, 화려한 폭죽이 뒤에서 터졌습니다. 멋졌습니다!!!...만 머리 위로 폭죽 부스러기 조각들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그리고 너무 오래 터뜨렸어;;; 선수들 오는데 성남 콜도 못하게;; 불꽃놀이 자체는 좋으니까 앞으론 좀만 조정해서 했으면 싶더군요.

     
 
산동도 홈경기 할 때 산동 VS 한국이라고 홍보했었을까?
 
누가 보면 대구전에서 폭죽 터뜨린 줄 알겠네
 


■ 마치며


아.. 정말 환상적인 단관이었습니다.

지하철을 5번 갈아타며 1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걸려 집으로 돌아오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지 않고.. ... 상당히 피곤하더군요-_-. 낮에 초속 5cm를 보려고 일찍 잤던 게 몸의 리듬을 흐트러뜨렸거든요. 또 소리도 얼마나 질러댔는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6일 새벽까지도, 목의 통증이 다 안 풀렸습니다. 휴우.

하지만, 자고 일어나서 또 성남응원하러 가야죠! 이번엔 상암!!
K리그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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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5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