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으로 출발!!

경기일로부터 무려 10여일이 지난 다음에 쓰는 단관기입니다. 이렇게 게을러서야...;;

수원 시즌 티켓이 생긴 후, 드디어 저에게도 빅버드(수원 월드컵경기장)에 가볼 수 있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누렁이를 살 꼬셔가지고 마침내 9월 9일, 수원 VS 대전전을 보러 간 겁니다.

예전에 성남 탄천 가는데 한 시간 반 걸린다고 투덜댄 적이 있었는데... 수원 가는 것도 전혀- 만만치 않던 걸요-_-; 사당역에 가서 7000번 버스만 타면 바로 경기장 앞에 섭니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설명이 간단한데- 실제론 달라요; 버스 기다리는데 한 3-40분 걸리고, 또 만원 버스를 4-50분 타고 가야하니(마지막에 겨우 올라타 문가에서 서서 갔습니다만, 이거라도 놓쳤으면 경기시간에 늦을 뻔 했습니다) 지하철 3번 갈아타고 성남 가는 거보다 더 오래 걸렸습니다. 크아.... 게다가 7000번 버스 요금이 왕복 3200원!!!(...) 지하철비까지 하면 교통비만 5000원이 넘게 나가니- 뜨아- 시즌 티켓 갖고 있다고 맘껏 왔다갔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_=

 
 
바글바글... 매표소도 아닌데;;   한 3-4대 정도 지나가고 나서야 우리 차례가 왔다..
     
경기 시작 10분 전에 빅버드에 도착! 와- 감동! 또 감동! 처음 와보는 빅버드의 임팩트는 상당했습니다. 경기장도 워낙 멋있고 웅장하고- 으아-
상암 구장을 볼 떼도 드는 생각인데.. 경기장 옆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_-..
     
 
 
확 뚫린 경기장!   멋지다! ㅠ_ㅠ 우왕
     
시즌 티켓으로 1명과 1마리 입장!

때마침 선수들 입장이 끝난 시점이더라고요. 서둘러 자리를 잡으려는데- 아무리 봐도 1층 E석은 꽉 찬 모양이었습니다; 어디든 빨리 자리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2층으로 올라가 맨 앞쪽에 앉았습니다.(대전을 응원하기로 하고 왔었기에 대전 서포터에 가까운 쪽에 앉았죠) 과거 상암에서도 국대경기 할 때 2층에 앉았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 앞에 앉긴 처음이네요=_=. 그래봐야 가로봉도 있고 뭐 1층만 하겠냐마는... 곧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자리 못 잡은 사람들이 2층으로 몰려오더군요.
     
 
역시 그랑.. 엄청난 응원 열기였다   퍼플크루.. 수원전이라 더 많이 온 걸까?-_-
     
■ 징크스

이 날 이 시합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수원이 가지고 있는 지독한 對 대전전 징크스 때문이었지요. 돈 많고 팬 많은 전통의 강자 수원 삼성과 빈약한 재정에 허덕이며 중하위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전 시티즌...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그 강하다는 레알 수원이 대전을 당췌 이기질 못 하고 있어요. 03년 5월 이후부터 12경기 5승 7무. 그 사이에 수원은 우승도 했고 전력도 여러 면에서 보강했는데 이상하게 대전만은 못 이겼다는 거죠. 저번 컵대회에서 겨우 이기긴 했지만 승부차기 승리라 공식 기록은 역시 무승부. 정말 징하다면 징한 징크스인데... 이관우 선수까지 수원으로 온 지금, 드디어 징크스 부술 때가 왔다며 홈에서 투지를 불태운 수원인 것이죠...

징크스 덕분인지는 몰라도 대전의 원정 서포터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이 왔더라고요; ESPN에서 중계도 잡아줬었고.. 다소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관중도 많았어서 (이 날 경기 관중 수는 2만 8천명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경기장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이 경기 전부터 대전의 새용병 데닐손 선수는 골감각이 물이 올라 있었습니다. 골 하이라이트만 보고 실제 경기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빠르게 열심히 뛰더라고요. 제가 신인왕으로 응원하고 있는 배기종과 기존의 용병 슈바까지 같이, 세 명이서 후반 중반까지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가장 좋은 찬스는 전반 초반에 나왔었죠. 데닐손이 오른쪽에서 완벽하게 크로스 올려줬고 중앙의 배기종은 완전 노마크였는데- 헛발질을 했습니다. 이것만 들어갔으면 경기가 더욱 일찍 뜨거워졌을텐데요... 이후 대전은 그보다 더 좋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제대로 된 슈팅조차 몇 번 날리지 못하는 어려운 경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래도 미들진에서는 팽팽한 공방전이 벌어져서 보는 눈이 즐거웠어요. 전반 40분 올리베라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오른발 터닝슛 날린 것이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경기는 1:0이 되었습니다. 골문 앞에서의 공격전술이 여러모로 잘 터지지 않던 터였는데 올리베라의 기습적인 슛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반대편 포스트로 날아갔어요.

약-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대로 전반전 종료.

     
 
번쩍. W석에는 관중이 적어 보이지만, E석은 거의 꽉 찼다.   경기 시작
     
 
홍염이다-   1:0 된 순간. 난리난 그랑블루
     
하프 타임에는- 더 추웠습니다-_-; 누렁이가 라면을 사줘서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을 정도. 구단측에서의 별다른 이벤트는 없었고 관중 2-3명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여 주더군요.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역시 이런 면에선 서울보단 좀 약한 걸까..

배기종의 결승골을 기대하며 후반전 시작!!
     
 
페스티발 풍선. 난 안 받았다-   하프타임
     
....하긴 했는데... 후반전에는 대전의 공격이 더더욱 안 풀리더군요. 일단 넣고나면 약간의 잠그기 모드로 들어가는 차감독님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인...(컵대회를 전후해서 이렇게 해도 제대로 잠긴 적이 별로 없다는 농담도 들려오긴 하지만-_-) 뭐 수원 수비 이싸빅 마토 워낙 막강하니까요. 공중볼이 와도 슈바 머리에 잘 맞지도 않고... 후반 들어선 수비 미들인 김남일까지 내려와 배기종을 1:1로 막아버리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대전이 꽁꽁
묶여있는 후반 초반, 오히려 수원의 공세가 몰아쳐서 조원희 선수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추기도 했죠(전반에도 골대 한 번 맞춘 듯).

드디어 후반 16분. 대전의 선수 교체... 문제의 헙슨 선수가 들어옵니다.

헙슨!? 협슨? 헙슨?

사실 저는 헙슨이란 이름을 그 순간 처음 들었습니다. "대전에 저런 용병이 있던가???" 데닐손 말고 한 명 더 영입했단 기사를 읽은 것 같긴 했는데... 저런 듣도보도 못한 이름이었을 줄은 전혀 몰랐었지요-_-; 아무튼 고병운 선수와 교체해서 들어와 뛰는 것을 보니 공격형 MF자리 같긴 한데... 왠지 너무 뛰는 게 설렁설렁 해보였습니다(...). 중앙에서 헛다리 돌파하려다가 허무하게 뺏기기도 하고.. 그래도 왠지 설렁설렁.... 저 자신도 경기가 안 풀려답답해 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지금 지고 있다고!! 더 뛰라고!! 막 소리를 질렀더랬죠. 그러다 프리킥 찬스가 한 번 왔는데 헙슨 선수가 차더라고요. "오!! 이관우 선수를 대체할 전담 키커로 들어온 것인가!!" 엄청난 기대를 하고 봤는데- 공은 수비벽을 맞았습니다. 이번엔 오른쪽에서 코너킥 찬스. 또 헙슨 선수가 킥을 하기 위해 코너로 달려갑니다. "오!! 역시 전담 키커! 제대로 한 번 올릴 것인가!!"하고 봤는데- 짧은 연결.... ...... 순간 누렁이랑 같이 앞으로 넘어질 뻔 했습니다-_-. 뭐냐고오오오~ 대체~~~
     
 
후반 시작! 역시 봉이 거슬려...   더욱 뜨거워진 후반전 경기-
     
후반 25분, 대전은 결국 배기종을 빼고 장신 스트라이커 정성훈 선수를 넣습니다. 이 때부터 드디어 공중볼이 대전 선수의 머리에 맞기 시작합니다. 대전은 공세를 퍼붓고 수원은 선후비 후역습으로 경기를 풀어갔죠. 그 와중에 이관우 선수가 돌파해서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들어왔다가 몸싸움에서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심판은 페널티킥을 인정하지 않고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를 줬죠. 정말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근데 웃긴 건 옐로우 카드 나오니까 대전 서포터들이(대전 서포터쪽 앞이었음) "이관우!" 콜을 연발했다는 겁니다-_-_-;;; 자지러지게 웃었네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후반 37분. 대전이 수원 골문 앞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습니다. 키커로 나서는 우리의 헙슨-_-. 툭 찬 공이 골문 앞에서 바운드가 되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봤을 때 한 2-3초 간은 골이 안 들어간 줄 알았어요. 하지만 강하지도 빠르지도 않았던 그 공이 수비벽을 정확히 넘고 바운드 됐다가 오른쪽 골대를 맞고 골대 안으로 쏘옥. 우와아아아~ "쪼아~~ 헙슨이야~~~!!"(-_-) 너무 재미있어서 웃다가 소리 지르다가 정신 없었죠;;

후반 말미에 동점되서 다급해진 수원은 뒤늦게 실바와 데니스를 투입하는데 (후반 44분에;; 한국전에서의 트레제게냐?-_-) 물론 경기를 뒤집지는 못 했습니다. 결국 1:1 동점으로 경기 종료.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홈에서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에 승점 날린 수원 쪽이, 훨씬 침울한 경기 결과가 괬습니다.

수원은 끝내 대전 징크스를 깨지 못 했네요. 두 팀 다 PO에 진출하지 않는 한 이번 시즌 동안의 재대결은 없고...
징크스는 4년차로 갈 확률이 커졌습니다-_-...

     
 
바로 이 장면. 왼쪽에 헙슨.   골 세레모니 중... 하이라이트 찾아보세요- 너무 재미있어...
     
■ 기타등등

아- 암튼 즐거운 경기였어요. 마지막에 헙슨의 한 방으로 재미가 2배, 아니 20배가 됐네요;; 빨리 가서 인터넷에서 헙슨 찾아보자- 하고 곧장 집으로 올...라다가 사당에서 이수까지 산책했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태릉입구에서 열차가 끊겨서 집까지 걸어왔더니 자정이 넘었습니다-_- 음.

다음 경기는 수원과 울산입니다!! 리그 1,2위 팀간의 대결! 울산은 AFC 챔스리그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상태!... 하지만 수원한테 쉽게 질 수는 없겠죠- (올해 호감도는 서울보다는 수원, 수원보다는 대전, 또 수원보다는 울산이라-_-) 비록 이번 주에 빅버드는 갈 수 없지만, 중계 일정이 있으니 또 신나게 보면서 응원할 생각입니다!올레~

     
 
 
경기 후 빅버드의 야경... 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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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9월 23일